“조기 착공” vs “백지화” 원전 건설 찬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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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울주군 서생면에 신고리 5·6호기 조기건설을 바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발파 작업이 있으니 해녀분들은 즉시 대피하여 주십시오.”

신고리5·6호기 승인, 지역 반응
울주 주민,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환경단체, “안전성 검증이 우선”

지난달 27일 오후 신고리3·4호기에서 500m 가량 떨어진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에 흘러나온 안내방송이었다.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건설을 승인한 신고리5·6호기에 냉각수 등으로 사용할 바닷물이 오가는 수중 취·배수구 발파작업을 위해서다. 사실상 5·6호기 공사가 시작된 셈이다. 5·6호기는 오는 8월과 내년 상반기 각각 가동될 3·4호기 옆에 2021년 3월과 2022년 3월 완공 예정이다.

5·6호기 건설로 신리마을 전체주민(476가구 1038명)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5·6호기 건설을 반기고 있다. 식당 주인 남모(54·여)씨는 “이 일대 상가 이용자의 80~90%가 신고리3·4호기 공사 관계자나 한수원 관계자”라며 “5·6 호기도 상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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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은 2014년 1월 21개 마을로 이뤄진 서생면 주민 , 군의회의 동의를 받아 산업부에 5·6호기를 자율신청했다. 자율신청시 주민복지·소득증대 지원금 1500억원을 받는다. 해마다 발전량에 따라 100억원 정도의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이상대 서생면 주민협의회장은 “그동안 기존 원전 때문에 땅값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컸다”며 “원전을 유치해 지원금으로 숙원사업을 하자는 여론이 많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발전량에 따른 지원금은 원전에서 5㎞ 안쪽이면 받지만 원전과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다. 고리1~4호기와 신고리1·2호기에서 5㎞ 이내는 기장군, 울주군 서생면·온양읍이 포함되지만 서생면은 거리가 멀어 지원금 100억원의 40~50%만 받았다. 그동안 자율유치가 없어 1500억원은 받지 못했다.

이동우 서생면 이장협의회장은 “유치 과정에서 찬반이 있었지만 지금은 5·6호기를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듯 부산 기장~울주 서생간 31번 국도에는 5·6호기 조기건설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30~40개 걸려 있다.

고리원자력본부 최한용 홍보팀장은 “5·6호기 건설에 8조6000억원이 투입되고 연 800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며 “건설기간 용접·배관·전기·도장분야 인력 등이 하루 3500명 필요해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직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원전 10기가 기장·울주군에 세워져 사고 때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원자력 방제법에 따라 세워진 비상계획구역(원전 사고 시 주민을 비상 대피시켜야 하는 구역)은 원전에서 30㎞ 안쪽이다. 부산 해운대·금정구, 울산, 경남 양산일대 주민 169만 명이 이에 포함된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김형근 집행위원장은 "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승인한 만큼 5·6호기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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