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정은 시대 권력 구조 완성 … 우리의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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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이 엊그제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 “국가 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의 권력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 5월 노동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데 이어 김정은이 당과 국가기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1인 체제를 확고히 다진 것이다.

국무위원회는 기존 최고권력기구였던 국방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군을 대표하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당을 대표하는 최용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내각을 대표하는 박봉주 총리가 부위원장으로 모두 참여하고 있다.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뿐 아니라 경제와 대남·대외 정책 등을 모두 직접 챙기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분야별로 임명된 8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외교 분야에만 2명(이수용·이용호)을 포진시킨 것은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고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기존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의 외곽 조직에 불과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한 것이다. 북한 역시 이에 의미를 부여해 어제자 노동신문 7면에 통단 톱기사로 보도하며 “통일 번영의 휘황한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강력하게 조직, 전개해 나가기 위하여”라고 해설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이미 연석회의나 민족적 대화합을 거론하며 내세우고 있는 대남 평화·대화 공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의 전통적 통일전선 전략 차원의 유화 전략일지라도 이로 인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 “비핵화 없이는 대화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무조건 거부가 아닌 좀 더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또한 지금 같은 경직된 태도를 넘어 핵과 당국 대화, 남북 경협·교류 등을 분리해 대응하는 보다 공세적인 전략적 접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