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검찰수사에 ‘맨해튼 잇 아이템’ 사봉 국내 론칭도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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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실 소유주인 BNF통상이 하반기 국내 론칭을 추진하고 있는 이스라엘 화장품 브랜드 ‘사봉’의 매장. [사진 사봉]

롯데그룹에 대한 전면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스라엘 프리미엄 화장품 ‘사봉(SABON)’에 불똥이 튀었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에 차질이 불가피해 진 것이다. 뷰티 업계에 따르면, 사봉은 올 하반기 국내 론칭을 목표로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신세계DF 주요 백화점·면세점 등과 협의를 진행중이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경우 최근 확장한 12층 새 매장에 오는 9월쯤 먼저 오픈을 할 예정이었다.

사봉을 국내에 들여오는 회사는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실 소유주로 알려진 BNF통상이다. 회사의 지분 100%는 신 이사장의 장남 장재영씨가 갖고 있다. BNF는 국내 면세점에 SK-II, 엘리자베스 아덴 등의 화장품을 중개판매하고 있고, 패션 브랜드 폴스미스를 전국 백화점에 입점시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이 불면서 사봉의 입점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신영자 이사장이 정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대가로 15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이효욱 BNF통상 대표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경영활동이 전면 마비된 탓이다. 한 뷰티업체 관계자는 “검찰 수사 직전 BNF통상과 저녁 미팅 등이 모두 취소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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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마당에서 SK-II 화장품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화장품은 국내 백화점 영업은 P&G코리아에서 하지만, 면세점 판매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개인회사인 BNF통상이 맡고 있다. 이현택 기자

이에 따라 사봉의 국내 출시도 자연스럽게 연기되는 모양새다. 롯데면세점과 롯데백화점, 신세계DF 등은 “사봉 입점을 놓고 BNF와 협상을 하고 있으며, 결정된 것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부 의견은 공식 입장과 약간 온도차가 있다. 한 롯데 관계자는 “오너 일가를 향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 신 이사장의 개인 회사인 BNF를 위해 입점 브랜드 재조정을 어찌 하겠느냐”고 말했다.

롯데그룹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BNF통상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롯데 임원은 “지난 2013년 신영자 이사장의 개인회사 시네마통상이 롯데시네마 매장을 운영하며 특혜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았느냐”면서 “BNF와의 거래도 끊고 해외 본사와 직거래 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첫 매장을 연 사봉은 사해(dead sea)의 미네랄 성분 등을 담은 천연 목욕용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가장 매장이 많은 곳은 일본과 미국으로, 미국 맨해튼 내에만 약 10여곳의 매장이 있다. 바디스크럽의 품질이 좋아 한국 여성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으며, 뉴욕 여행을 떠난 한인 관광객들의 필수 구매 아이템으로 꼽힌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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