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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고속도로 탄 미국차, 한국내 판매 3.6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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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GM의 준대형 세단인 임팔라는 명목상 국산차지만 실제는 미국차다. 지난해 9월 국내에 공식 출시 된지 넉 달 만에 6913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이 차는 모두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리믹 공장에서 생산한다. 임팔라는 출시 이후 주문이 쇄도하면서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실제 물량이 부족해 애를 먹을 정도였다.

수입 관세 8%서 4%로 인하 덕분
올해부터 완전 철폐되며 급가속
큰 차 선호 소비자 취향과도 맞아

이 회사의 김상원 홍보실장은 “비교적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이하 FTA)에 따른 관세 인하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인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2년 3월 발효한 한·미 FTA가 국내 자동차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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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수입자동차협회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량은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1만3669대에서 지난해 4만9096대로 3.6배 늘었다. 수입 금액도 같은 기간 3억6288만 달러에서 지난해 12억4195억 달러로 3.4배가 됐다. 이 기간 국내 전체 수입차 시장은 10만5000대에서 24만4000대로 2.3배가 됐다.

미국산이 인기를 얻는 배경엔 무엇보다 FTA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가 크다. FTA 덕에 미국산 차에 붙던 한국의 수입 관세는 기존 8%(수입원가 기준)에서 4%로 인하됐다. 특히 올해 1월부터 관세가 완전 철폐되면서 미국산 인기에 불을 지폈다.

이에 힘입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게 미국 제조사들의 무기다. 임팔라의 판매가격은 대당 3363만~4136만원으로 비슷한 사양의 차를 미국보다 국내에서 200만~300만원 가량 싸게 판다. 이런 가격 경쟁력 덕에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수입한 미국산 차는 2만8164대로, 전년 동기(1만9342대)보다 45.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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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익스플로러(左), 크라이슬러 그랜드 체로키 3.0(右)

이에 따라 미국 전통 브랜드들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포드·크라이슬러·캐딜락 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만해도 국내에서 825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던 미국 브랜드들은 지난해 1만7501대를 팔면서 판매를 112% 늘렸다. 브랜드별로는 포드가 지난해 ‘1만 대 판매 고지(1만358대)’를 넘겼다. 포드가 판매 1만대를 넘은 건 1995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관세 효과에 더해 제품 경쟁력도 한 몫 하고 있다. 포드는 7인승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탄탄한 체구와 성능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는 익스플로러를 앞세워 세련된 외관의 신차 뉴 몬데오와 링컨 MKZ 등으로 보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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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여기에 한국GM도 2014년부터 미국에서 생산한 카마로와 임팔라 등을 수입해 팔기 시작하면서 판매 대수를 늘렸다. GM은 최근 부산모터쇼에서 445마력을 발휘하는 ‘아메리칸 머슬카’ 카마로SS와 주행거리 676㎞를 뽐내는 친환경 전기차 ‘볼트’를 소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임팔라·몬데오 같은 차들은 투박하고 볼품없던 기존의 미국차 이미지를 바꿔 놓은 공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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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산 자동차 통계에는 일본·독일 업체들이 미국 공장에서 만든 차도 포함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2467대가 팔린 일본 도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는 전량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공급한다.

지난해 4793대가 팔린 독일 폴크스바겐의 파사트(2.0 TDI)도 모두 미국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업계에선 자동차 수입사들이 환율 변동이 적은 달러화로 결제하는 미국산 수입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관세 완전 철폐의 효과가 더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내수 방어를 위한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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