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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단기 충격 불가피…주가 더 떨어지면 싸게 살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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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역만리 영국 땅에서 발생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한국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렇게 난리일까.

금·달러·엔 등 안전자산 투자 대안
원화값 하락 대비 유학송금 서둘러야

역설적이게도 영국인이 브렉시트를 통해 뿌리치고자 했던 바로 그 ‘세계화’ 때문에 한국도 브렉시트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한국에 대한 브렉시트의 영향은 다양하다. 주가 폭락처럼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영국 제품 직구(직접구매) 가격 인하 등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있다. 브렉시트가 내 생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문답풀이를 통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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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주가 폭락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미 손실이 꽤 많이 났는데 지금이라도 주식을 팔아야 하나.
“단기적으론 국내 증시에도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28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이 앞다퉈 부양책 등 브렉시트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호전과 미국 금리 인상 추가 지연 등도 증시엔 호재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직후인 24일 뉴욕 증시도 우려와 달리 급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 때보다 하락폭이 작았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조만간 V자 반등이 가능할 것’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라’ 등의 조언이 나온다. 단기 악재에 뇌동매매를 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가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다. 앞으로 상당 기간은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금·달러화·엔화 등 주식(위험자산)과 상반되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채권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
“앞으로 두세 달 동안은 채권 금리가 더 떨어질 것(채권가격 인상)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시점을 올 12월 이후로 미룰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엔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란 전망까지도 등장했다. 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값은 오른다. 다만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영국을 포함한 유럽계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게 한은 추가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다. 자금 이탈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면 한은으로선 금리를 낮추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들이 미국 유학 중이다. 이미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졌는데 송금은 언제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화가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당장 이번 주 중 달러당 1200원 선을 넘길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세계 각국이 즉각 정책공조에 나선 만큼 원화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그렇지만 변동성은 한층 커져 시장에 악재나 호재가 나올 때마다 널뛰기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각국의 정책공조에 성과가 있느냐 없느냐, 추가적인 유럽 국가의 EU 탈퇴 움직임이 나오느냐 아니냐에 따라 환율이 요동칠 거란 얘기다. 3분기에 악재가 몰려 있어 원화가치가 떨어질 거란 전망도 있다. 8~9월엔 남유럽 피그스(PIGS) 국가의 채권 만기가 몰려 있고 11월엔 미국 대선이라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송금을 해야 한다면 시기를 분산하는 게 헤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영국 쇼핑몰에서 직구하면 이득을 볼까.
“영국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영국이 본사인 브랜드의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사면 전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외국 소비자의 직구 결제는 주로 신용카드로 이뤄지는데 이때 가격이 기준통화인 달러로 변환되고 다시 파운드화로 계산된다. 다만 영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물건을 미국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상황이라 가격 인하를 실감할 정도는 아닐 거란 게 전문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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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등 영국 제품에 가격 변화가 있을까.
“당장은 큰 변화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려갈 수 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버버리의 경우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매입하기 때문에 일단 확보된 물량에 대해서는 당장 가격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파운드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니워커·발렌타인 등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가격도 당장 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영국 테스코 자체브랜드(PB) 상품은 소폭 인하가 예상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영국 파운드화 기준 현지 가격이 내려가면 국내 가격도 일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항공사 비행기표의 가격 변동은.
“영국 항공사 티켓을 한국에서 발권할 경우 가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항공요금은 국토교통부 승인 사항으로 환율이 달라졌다고 해서 당장 내리거나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 내에서 이지젯(Easyjet) 등 영국계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가격이 낮아진다. 영국 사이트에서 파운드화를 기준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 환산 가격이 내려간다. 다만 길게 보면 영국과 EU 간에는 새 항공협약이 체결될 수 있어 두 지역을 오가는 항공료가 되레 오를 가능성이 있다.”
영국 입국 때 달라지는 점이 있나.
“당장은 달라지는 게 없다. 다만 2년 후 영국의 EU 탈퇴가 실행되면 26개 EU 회원국 국민도 외국인으로 분류돼 따로 여권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영국 입국 수속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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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산 자동차의 국내 판매 가격은 .
“단기적으로 가격이 조금 떨어졌다가 미래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단기 요인은 역시 환율이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한다면 상대적으로 국내에 차를 들여오는 가격이 하락해 가격이 싸질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대상에서 제외되면 0%인 영국산 자동차의 관세율이 8%로 높아질 수 있다. EU인증치를 이용할 수 없게 돼 연비·환경·안전에 관한 인증도 새로 받아야 하는데 이는 차값 인상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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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수입되는 영국산 자동차는.
“6개 브랜드의 70개 모델이 있는데 올 1~5월 전체 수입차 판매의 9.5%를 차지했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전 차종과 컨트리맨·JWC(네덜란드) 등 일부 차종을 제외한 BMW 미니(MINI)의 대부분 차종이 영국에서 생산된다. 최근 환경문제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닛산의 소형 SUV 캐시카이,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브랜드의 전 차종도 영국산이다.”

박진석·한애란·이현택·박성민 기자 kailas@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안병국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유성호 몰테일 팀장,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 ,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정기윤 하나투어 부장,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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