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임종환자의 간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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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정석<연세대 간호대교수>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맞는 필연적인 것이며 한 인생의 정상과정이다.
죽음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그 세계에 대해서 아는 이는 없다. 그래서 죽음의 세계는 아직 미지의 것이고, 신비에 싸여있다.
죽음의 길은 혼자 갈 수밖에 없어 외로움· 두려움·공포가 따른다. 따라서 임종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환자로 하여금 신체적 고통·정신적·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경감시켜서 편안하게 죽음의 준비를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족도 사랑하는 식구를 상실한다는 비탄으로 무엇이든 도와주고 싶어하는 심정을 갖게 되지만 임종환자는 이런 가족의 표정·태도에서 자신의 임종을 예민하게 감지하게 된다.
임종환자는 고독감·허무감· 억울함· 노여움· 슬픔 등 죽음 앞에서 여러 가지 절망감을 맛보게 되며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가 대단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신과의사 「로스」씨는 임종에 가까운 환자가 경험하는 정신적인 단계를 ①부정 ②분노 또는 죄책감 ③교섭 ④우울 ⑤수용, 즉 정상화로 분류했다. 이 단계를 순서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고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태도를 본다면 ①죽음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이 ②삶의 애착이 커서 어떤 일에든지 화를 내고 원망하는 이 ③육체적 고통이 심하여 오히려 죽기를 원하는 이 ④깊은 신앙심을 갖고 소망 가운데서 조용히 기다리는 이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어떤 유형이든지 평안한 간호를 제공하는 것이 임종환자의 간호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의식이 없으면 할 수 없겠으나 목욕을 시키거나 마사지·편안한 체위를 유지시키고 괴로워하면 진정제나 진통제를 준다.
▲영양과 배설=탈수증에 걸리지 않도록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소량씩 주고 충분한 수분섭취를 시키며 입으로 섭취 못하면 정맥주사를 준다. 규칙적으로 배변·배뇨를 하도록 유도하며 변비 시에는 관장, 소변배설이 불가능하면 인공배뇨를 시킨다. 단 섭취량과 배설량을 기록, 균형을 유지시킨다.
▲심리간호=환자를 혼자 있게 하지말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를 물어 도와주고, 얘기하고 싶어하면 대화를 나누고, 같이 있고 싶어하면 머물러 지켜준다. 의식이 없는 환자도 청각은 마지막까지 기능이 있으므로 얘기는 피한다. 환자 자신이 살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어하면 가족 전체가 의논해서 사실을 알리든지 피하든지 한다. 근래에 와서는 숨기기 보다 사실을 알림으로써 남은 생에 대한 준비, 가족과의 상의(유언) 등을 하도록 격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육체적·심리적·사회적 입장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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