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발언 사전유포방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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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회기중에 국회의원의 원내발언과 관련해 의원보좌관을 소환하려 한 것은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으로서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의원들의 무절제한 발언원고배포에 제동을 걸고 나아가 국회의원의 원내발언이나 활동에 실정법의 테두리를 재인식시키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81조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법 제1백11조는 국회의장이 취소하게 한 발언은 회의록에 게재하지 못하며 회의록을 일반인에게 배포할 때는 의장의 허가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김태룡, 김정길의원은 민정당측의 시정요구로 실제 국회에서는 발언하지 않은 당초의 발언원고를 외부에 배포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 원고에 위법사실이 있을 경우 이는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정부. 여당의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검찰측의 이번 조치는 당장의 형사처벌보다는 앞으로 상임위 예결외 등에서 있을지 모를 문제발언들에 대한 제동용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검찰은 김영삼씨의 동경발언후 야당의원들의 문제발언에 대한 법률적 대응책을 계속 검토해왔으며 김씨를 수행한 김명윤·김덕룡씨를 환문한바 있다.
검찰은 당장 형사문제화는 하지 않더라도 정치인들의 발언배경을 이처럼 계속 내사해 왔으며 이번 두 의원의 발언원고 사전배포는 「딱 떨어지는」위반사례로서 일종의 경고카드로 사용될 것 같은 인상을 주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두 의원의 보좌관이 검찰에 출두하면 피의자와는 달리 참고인 진술을 받을 것이며 소환에 불응하더라도 강제 구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봐도 이번 검찰조치의 강도가 짐작된다.
검찰의 이번 조치를 비록 사후에 통고받기는 했지만 민정당은 야당의원들의 무절제 한 발언과 속기록 배포에 법률적 제동을 거는 것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정당은 이문제로 국회운영이 난항하는것은 원치않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본회의에서 한바탕 공방으로 끝내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민당은 만약 여기서 밀리면 의원신분, 특히 야당의원들의 「기세」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검찰의 조치를 정부. 여당에 의한 야당 견제로 보고 있다.
그래서 다른 의제에 최우선해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의견이 당론을 지배하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도 야당이 법률논쟁에 말려들면 자칫 불리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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