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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정계복귀 임박 손학규의 선택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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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국민의당 수뇌부 잇단 러브콜 “함께하자” 친노와 선 긋기, 호남 중심으로 지지기반 확보할 경우 ‘손학규 대망론’ 점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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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정계복귀가 가시화되면서 그를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거세지고 있다. 손 전 고문이 측근·지지자들과 함께 4월 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손학규(68)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최근 공식행사에 잇달아 모습을 드러내 ‘새 판 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정치권은 그의 정계복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손 전 고문이 돌아온다면 야권 전체로서는 우량주 하나를 더 얻는 셈이다. 하지만 더민주의 ‘최대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와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셈법이 복잡해진다. 손 전 고문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카드를 들고 돌아올까?

국민의당 합류에 ‘무게’ ‘저녁이 있는 삶’ 한 번 더!

2014년 7·30 재·보선 석패(惜敗)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서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2년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손 전 고문이 바빠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손학규의 정계복귀 스톱워치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해석한다.

4월 19일에는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 국립묘지를 참배했고, 5월 18일에는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새 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손 전 고문은 이튿날인 5월 19일에는 일본 도쿄 게이오(慶應)대 특강에서 “한국 국민은 분노와 좌절 속에서 미래지향적인 정치의 새 판을 짜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전날 5·18 기념식에 참석해 “새 판을 짜는 데 앞장서겠다”며 정계복귀를 암시했던 그가 도쿄에서 다시 한 번 이 같은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이날 특강에서 “(총선에서) 야당에 대한 실망도 컸다.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제1야당은 거의 전멸했다”고 지적했다.

3박 4일간의 게이오대 특강 일정은 5월 22일에 모두 끝났다. 그 이튿날에 경남 김해시 진영읍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7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손 전 고문은 그러나 게이오대 특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노무현 정신을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제가 거기(추도식)에 갈 형편은 아니다”며 귀국 후 곧바로 강진으로 향했다. 친노(친 노무현)와 거리 두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l ‘반기문 효과’로 복귀 멍석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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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고문이 4월 7일 경기 남양주 다산유적지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墓祭)에 초헌관으로 참석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묘소에서 내려오고 있다.

오는 12월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5월 단 5일간의 한국 방문으로 국내 정치판을 흔들어 놓았다. 특히 관훈클럽토론회에서 내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여야 후보군(群)을 통틀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은 6월 둘째 주(7~9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후보군으로 선정된 정치인 8명 가운데 차기 지도자로 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26%를 얻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16%),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 대표(10%)가 그 뒤를 따랐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지지율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공간 등에서는 반 총장을 비난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민감한 질문에 요리조리 잘 빠져 나간다며 ‘기름장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그가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지지에 비례해 반대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거워지는 것은 그가 국내 현실정치와 가까워졌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최대 강점이 통일·외교를 잘 관리할 만한 능력을 갖췄다는 데 많은 이가 공감한다. 반면에 외교를 제외한 일반 국정현안에서 지금까지 반 총장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낸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반 총장이 차기 후보군 중 선두로 나선 것은 현재 거론되는 여야 잠룡(潛龍)들 가운데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1993년 광명 보궐선거 때 정계에 입문한 손 전 고문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정치에서 국회의원·장관·광역단체장·정당대표 등 어지간한 역할은 다 해보았다. 반 총장과 손 전 고문을 비교하면 중도·온건 등 외형적인 이미지는 비슷할 수 있겠으나 콘텐트에서는 차이가 있다.

정계개편의 유일한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손 전 고문의 힘으로 꼽힌다. 친노·비노(비 노무현)·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이 주장하는 정계개편은 결국 자기세력 강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또 여권 일각의 바람대로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안착한다면 그 역시 정계개편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유권자들이 친노·친박 등이 벌여온 계파정치에 혐오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 4·13 총선 결과를 통해 잘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총선 후 여야를 아우르는 중도 중심의 정계개편 필요성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풍부한 국내정치 경험 등 손 전 고문이 자신만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면 반 총장에게는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반기문 효과’가 손 전 고문에게는 정계복귀의 멍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손 전 고문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18대 대선 1년 전인 2011년 12월 서로 등을 돌린 사이였다. 당시 당대표였던 손 전 고문이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과 민주당의 당대당 통합을 결정한 직후였다.

당시 친노 측과의 통합정당 지도부 선출방법과 관련해 손 전 고문과 다소 이견을 보이던 박 원내대표는 결국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손 전 고문과의 비공개 회동 후 공개성명을 내고 “손 대표는 지난달(11월) 27일 ‘12·11 원만한 전당대회를 위해 전대 관련 논의는 손학규·박지원 합의로 처리한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고 혁신과 통합과의 밀실합의대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손 대표에게 지적하고 결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 박지원과 함께 들은 ‘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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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고문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6월 3일 전남 목포의 한 식당에서 만나 막걸리잔을 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당권에 도전했던 박 원내대표는 2012년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친노 인사들에게 밀려 4위에 그쳤다. 당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한명숙 전 의원, 2위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었던 문성근씨, 3위는 박영선 의원, 5위는 이인영 의원, 6위는 김부겸 의원이었다.

‘결별’ 4년 반이 흐른 지난 6월 3일 저녁 두 사람이 막걸리를 함께했다. ‘목포의 눈물’로 이름을 떨친 이난영(1916~1965) 선생을 기리는 가요제가 열린 목포에서였다. 박 원내대표와 손 전 고문은 이 자리에 참석해 ‘목포의 눈물’을 함께 들으며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역구에 왔을 뿐”이라고 했고, 손 전 고문도 “이웃동네에서 열리는 행사에 집사람이 가자고 해서 왔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둘의 만남을 예사롭지 않게 보았다.

가요제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인근 식당에서 따로 만나 막걸리잔을 부딪쳤고, 호텔 커피숍에서 50분간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 입당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후 박 원내대표는 “내가 ‘국민의당으로 와서 파이를 키우자’고 했더니 (손 전 고문이) 특유의 웃음만 짓고 소이부답(笑而不答)이었다”고 전했다.

4·13 총선 후 손 전 고문은 ‘새 판 짜기’를 강조하며 정계복귀를 암시했지만 아직 길은 열리지 않았다. 야권의 총선 승리로 손 전 고문의 ‘구원등판’의 선택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가 공고해졌다. 친노는 약화됐을지 몰라도 친문(친 문재인)은 되레 강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추진하는 제4세력에 합류할 가능성을 주목했다.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 새누리당에서 비박이 대거 이탈하고, 정 전 의장이 이들을 근간으로 신당을 만든다는 것이 ‘정의화 제4세력화’ 시나리오의 골자다. 여기에 손 전 고문의 동참 가능성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과의 회동 이후 “대화 내용을 다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손 전 고문이 제4세력, 정 전 의장과 함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답변했다”고 밝혔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손 전 고문으로서는 정계복귀의 명분을 고민하고 있을 텐데 그 명분을 박 원내대표가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손 전 대표도 친문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더민주에서는 본인이 움직일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38석을 차지하며 돌풍의 주역이 됐던 국민의당은 최근 내우외환에 시달린다. 내부적으로는 김수민 비례대표의원 등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졌고, 외부적으로는 대선주자로서 안 대표의 개인 지지율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을 기록한다. ‘안철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13 총선 과정에서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김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리베이트 금액은 2억 3820만원이다. 또 자금을 총괄했던 박선숙 비례대표의원(총선 당시 사무총장)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등도 함께 연루돼 고발됐다는 점에서 수사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사실 여부는 검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안 대표와 당에는 커다란 부담이다.


l 내우외환 안철수, “같이 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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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007년 6월 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7주년 기념만찬 식전행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손 전 지사의 왼쪽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

당 안팎에서는 안 대표 측근그룹의 내부 알력다툼이 선관위의 고발과 검찰 수사를 불렀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의 측근을 자처하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다 사당화(私黨化)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안 대표와 이미지가 일부 겹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가 상수(常數)가 되면서 안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3일간 전국의 성인남녀 2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안 대표는 지지율 12.9%에 그쳐 반 총장(25.3%)과 문재인 전 대표(22.2%)에게 크게 뒤졌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6월 5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호남지역에서 더민주의 당 지지율이 34.4%로 국민의당 지지율(36.2%)에 근접했다. 총선에서는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참패(3석 대 23석)를 당했지만 50여 일 사이 지지율을 많이 회복한 것이다.

같은 조사의 대선주자 선호도 항목에서는 반 총장이 33%로 1위에 오른 가운데 문 전 대표(16.8%), 안 대표(12.1%)가 뒤를 따랐다. 특기할 점은 안 대표 지지층 가운데 37.1%가 반 총장 지지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이진우 소장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뒤 정치에 입문(또는 예정)했다는 측면에서 반 총장과 안 대표는 공통점이 있다. 반 총장의 등장으로 안 대표를 지지했던 중도·보수표가 대거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느낌이 일부 겹치는 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을 연임한 반 총장이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민의당에 들어와서 함께 새 판을 짜자는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과 함께하는 것을 안 대표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손 전 고문 입장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더민주보다는 우리 당에서 (안 대표와) 경쟁하는 게 덜 타이트(Tight)하지 않겠느냐”며 거듭 손 전 고문을 향해 손짓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이고, 더민주는 친노·친문의 결집력이 매우 강한 데 반해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선후보가 없는 약체다. 만일 이대로 대선까지 간다면 승산이 희박하다”며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안 대표로서도 경륜이 풍부한 손 전 고문이 들어와서 함께 경쟁·협력함으로써 당과 대선주자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17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권, 특히 야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 전 고문이 호남지역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22.4%의 지지율을 얻어 박원순 서울시장(20.5%), 문재인 대표(19.4%)를 제치고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는 가시화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주목할 것은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이 4곳에서 모두 패하면서 ‘문재인 책임론’이 거셌던 시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계를 은퇴하고 초야에 묻힌 손 전 고문이 1위에 오른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손 전 고문 측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손 전 고문이 대선주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호남의 지지가 절실하다. 문 전 대표가 총선 직전에 광주를 찾아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며 호남의 지지를 호소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타임리서치의 박해성 대표는 “추미애 5선 의원이 더민주의 전당대회를 70여 일 앞둔 6월 12일 광주를 찾아 당권 도전의사를 밝힌 것이나, 손 전 고문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새 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계복귀를 암시한 것만 봐도 야권의 유력 정치인에게 호남이 갖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13 총선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경쟁했듯이 대선정국에서도 잠룡들의 호남 쟁탈전이 치열할 것이고, 그 싸움에서 이기는 자가 본선에도 진출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l 4강 구도 만들어 ‘손학규발(發) 정계개편’ 이끌까


복귀 선언 후 대선주자 후보군 지지율도 손 전 고문에겐 큰 숙제다. 지금이야 손 전 고문이 수면 아래에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복귀선언 후 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기문 총장,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대표와 함께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하며 ‘4강 체제’를 구축한다면 손 전 고문 측으로서는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손학규 대망론’이 점화되기는커녕 또다시 불쏘시개에 그칠 수도 있다.

이진우 소장은 “적절한 시점에 명분만 찾는다면 복귀 후손 전 고문이 두 자릿수 지지율 걱정까지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손 전 고문이 복귀 후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과 순위를 차지한다면 ‘손학규발(發) 정계개편’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관건은 역시 타이밍이다. 일부 측근은 손학규 전 고문의 정계복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아직은 아니다”며 여운을 남긴다.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의 복귀선언 시점을 7월 중순~9월 초순으로 관측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하는 시점은 7월 중순이다. 손 전 고문이 은퇴 2년을 맞는 데다 그의 싱크탱크(Think Tank)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창립 10주년을 맞는 때다. 하지만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8월 27일로 확정되면서 야권에서는 “전대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보면 손 전 고문의 복귀선언은 추석 연휴(9월 14~18일) 직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때 차기 대선주자들은 자연스레 ‘밥상의 반찬’으로 오르게 된다. 손 전 고문의 한 측근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복귀를 선언하는 절차가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더민주의 재선의원은 “손 전 고문은 2007년과 2012년 두 차례 모두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9년 전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보다 이번 복귀가 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년 전 홀연히 떠난 이유와 2년 후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많은 이가 공감할 만한 답변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왜 손학규가 아니면 안 되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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