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보 로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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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작가 이름도 낯설고, 그 작가의 유파를 나타내는 「누보 로망」 이라는 용어 또한 생소하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 불 작가 「클로드· 시몽」 얘기다.
「누보 로망」 (nouveau roman)은 프랑스어 그대로 신소설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문단에 「누보 로망」 이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일이다.
우선 「새롭다」는 말에 주목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소설과 비교해 새롭다는 뜻인가, 아니면 「누보 로망」직전의 실존주의 소설에 비해 새롭다는 뜻인가.
원래 「누보 로망」 은 「앙티 로망」이라는 말과 짝을 이루고 있다. 「앙티 로망」 은 「반소설」 이라는 뜻.
1947년에 발표된 「나탈리· 사로트」의 소설 『낯선 사나이의 초상』서문에서「J·P·사르트르」가 「앙티 로망」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사르트르」 의 설명은 『「앙티 로망」은 소설의 외견과 윤곽을 간직하고는 있으나, 실은 소설 자체에 의하여 소설에 이의를 부르짖고 소설을 파괴하려고 한다』 는 것이다. 바로 이런 소설을 두고 「누보 로망」이라고 한다.
따라서 「누보 로망」 은 「무엇을 쓸것인가」 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점에서 새롭다.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 온 전통소설의 형식은 객관적인 사실묘사와 합리주의적인 심리분석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하나의 인물과 사건을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술해 나가는 식이다.
그러나 「누보 로망」 은 작가가 잘 다듬어 놓은 상황 이전의 자연발생적이 지각이나 충동, 기억들이 그대로 구사되고 있다. 독자는 그것을 재료로 삼아 줄거리를 꾸며 보고, 자기 나름으로 의미를 찾아야한다. 독자가 작가의 입장에서 소설에 참여하는 셈이다. 따라서 그런 노력에 익숙지 않은 독자는 재미도 없고 어지러워 소설을 읽어가기가 힘들다. 때로는 문장이 끊어지지 않 은채 10페이지 이상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 긴 문장 속에서 시간은 멋대로 역전되고, 회상과 비유가 뒤죽박죽이 되어 얘기를 뒤쫓아가기도 어렵다.
바로 「클로드·시몽」의 소설『플랑드르의 길』이 그렇고, 『질투』 의 「알랭 로브-그리예」, 『플라네타륨』 을 쓴 「나탈리· 사로트」, 『변심』 의 「미셸· 뷔토르」 등이 그 대표적 작가들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문학의 우수작은 대부분 이들 「누보 로망」 속에서 태어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소설의 수법과 형성에서 근본적인 반성을 제기한 결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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