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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역량 구글의 100분의 1”…셀프 회초리 든 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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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역량은 구글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SW 엔지니어 중 구글에 입사할 수 있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다.”

사내방송서 ‘불편한 진실’ 인정
“엔지니어 문제 해결능력 부족
양적투자 비해 질적 수준 뒤져”

삼성이 그룹 차원의 SW 역량 강화를 위해 스스로 회초리를 들었다. 삼성에 따르면 21일 이 회사의 사내방송 SBC는 특별기획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1부 : 불편한 진실’을 방영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에 동시 중계된 이 방송은 20분 정도의 다큐멘터리 형식. 삼성의 SW 역량에 대한 내외부의 냉정한 평가와 통렬한 자기 반성이 주요 내용이다.

방송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주요 IT 계열사의 SW 역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룹 SW 인력의 수준을 테스트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기초 수준 이하로 나타났다며 “구글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의 역량”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 대학 교수는 방송에 출연해 “삼성전자 SW 엔지니어는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한 것 같지 않다. 지금 당장 문제해결 평가 방식으로 구글에 입사를 시도한다면 1~2%만 제외하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이 그동안 SW에 대해 양적 투자를 늘렸지만 질적인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년 간의 투자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어느 정보기술(IT) 기업보다 인력은 많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이 질적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다큐멘터리는 중국 SW 기업의 역량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것은 옛말이다. 스스로 SW 대국이라고 표현할만큼 질적 깊이가 더해지고 있고, 실력을 가진 인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이같은 반성은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서 SW 산업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는 절박감이 깔려있다.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이지만 이는 결국 하드웨어(HW)에 불과하며 스마트폰 운영체제(OS)나 인공지능(AI) 등 SW 시장에선 세계 선두 기업들에 비해 뒤처져있다. 특히 가상현실(VR)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선 SW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강도높은 개혁을 통해 자체 역량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게 내외부의 평가다.

삼성이 잇달아 세계적 SW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회사 스마트싱스를 인수했고, 지난해 모바일 결제 회사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내놨다. 최근엔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조이언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기획 방송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1993년 삼성의 신경영 선언이 촉발된 것도 SBC의 고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SBC는 당시 삼성전자 세탁기 생산라인의 불량품 제조 현장을 촬영해 보도했고, 이는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이어졌다.

삼성 관계자는 “HW와 SW를 아우르는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위기감을 가지자는 것이 기획의 의도”라며 “다소 표현이 자극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의 현주소를 제대로 짚어보자는 취지는 잘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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