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특검 수사 자초한 검찰의 홍만표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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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년에 100억원대를 벌어들이며 퇴임 5년 만에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검찰은 지난 20일 홍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현직 검사들이 홍 변호사에게 전관예우를 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홍 변호사에 대해 5억원대의 변호사법 위반과 15억원대의 탈세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2일 홍 변호사를 구속할 때와 비교하면 탈세액이 5억원가량 늘어난 것 외에는 수사 진척 사항이 없는 셈이다.

검찰은 일선 검사들이 ‘전관비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대표적인 게 최윤수 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대한 서면조사다. 지난해 8월과 9월 홍 변호사가 강력부를 지휘하는 최 차장을 두 차례 찾아가 도박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선처를 호소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6차례의 통화도 별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도 홍 변호사와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실패한 로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는 검찰을 질타하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왜 이러는 것일까. 정말 국민들을 우매한 대중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일까. 홍 변호사는 검찰에 있을 때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 등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한 특수통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후배 검사들이 수사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이 홍 변호사를 강하게 압박하지 못하고, 정운호 사건에 한정해 소극적으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홍 변호사가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벌어들이는 과정에서 법조계의 고질적 구조적 비리가 어떻게 작용했느냐는 것이다. 홍 변호사 사건은 결국 검찰이 아닌 제3의 기관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이 특검 수사를 자초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