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 먹거리 선점” 별동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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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가전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부를 넘나드는 연합팀을 꾸렸다. 올 4월 경기도 수원 본사 사옥 21층에 둥지를 튼 ‘차세대사업팀’이다. IT모바일(IM) 부문 직속으로 꾸려진 이 팀엔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 통신장비를 만드는 네트워크사업부, 소비자가전(CE) 부문과 반도체 칩을 만드는 부품(DS) 부문에서 100여 명의 핵심 인력이 차출됐다.

스마트폰+네트워크+가전 연합팀 이끄는 김영기 사장
“5G 시대 가상현실·사물인터넷 시장서 주도권 잡기
서울서도 해외 현장 손바닥 보듯이 관리 가능
네트워크사업부 매각? 5G 기술 세계 최고인데…”

팀을 이끄는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사진)은 최근 본지와 만나 “변화가 심할 때 한발 앞서 치고 나가려면 사업부 간 역량을 모아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5세대(5G) 통신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부가 역량을 합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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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사업팀은 5G 시대를 대비한 연합팀이지만 정작 리더를 맡은 김 사장은 무선사업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외부에 덜 알려진 네트워크사업부 출신이다. 김 사장은 “통신은 인프라(생산 기반)에 해당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신 기술과 단말기 제조 기술은 평소에도 협업을 통해 개발할 부분이 많지만 새 기술이 도입될 때는 더더욱 그렇다”며 “네트워크사업부는 각 단말기에 최적화된 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무선사업부는 새 통신 기술에 최적화된 단말기를 만들어 기술이 상용화되자마자 한발 앞선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세계를 장악한 배경 중 하나는 한발 앞서 통신 기술을 연구할 수 있었던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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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연합팀까지 꾸린 건 5G 통신이 제공할 인프라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5G 통신은 지금의 4G에 비해 최대 전송 속도(20Gbps)가 20배 정도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화질(UHD)의 영화 한 편(5GB)이 2초면 다운로드되고 시속 500㎞로 이동해도 통신이 끊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5G 기술이 모든 기기가 정보통신기술(ICT)로 연결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거란 점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던 3G 시대나 사람과 기기를 연결했던 4G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오가는 시대가 5G 통신 시대다. 김 사장은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멀리 떨어진 공간에 직접 가 있는 것 같은 ‘원격 현장감’)가 대표적인 5G 시대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사에 해외 재고를 관리하는 사원이 있다고 쳐요. 중국이나 인도에 있는 창고 천장에 드론(무인항공기)을 띄워놓고 이를 조종하기만 해도 창고에 간 것처럼 생생하게 재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비디오 서비스를 위해선 데이터 양이 지금의 열 배 수준으로 많아져야 하죠. 5G 시대가 열리지 않고선 가상현실(VR) 사업도 상용화될 수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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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중계도 바뀐다.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되어 운동장을 누비는 것처럼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모든 자동차가 통신으로 연결되면 졸음운전 같은 이상 신호를 관제센터가 감지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지금은 폐쇄회로TV(CCTV) 녹화 방식으로 집에 있는 자녀의 근황을 살펴보지만 5G 시대에는 자녀의 모습을 늘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들여다보게 된다.

이번 차세대사업팀에 CE 부문에서 인력이 차출된 건 사물인터넷(IoT)이 5G 시대의 핵심 사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가 보는 사물인터넷은 무엇일까. “스마트폰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는 게 사물인터넷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모든 스마트 기능이 스마트폰에 몰려 있잖아요. 앞으로는 컵도 볼펜도 스마트기기가 될 겁니다.”

회사 차원의 다음 먹거리 고민에 핵심 역할을 맡은 네트워크사업부지만 삼성그룹이 사업 재편을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이 매각설이 돌았다.

김 사장은 “네트워크사업부는 통신회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간 거래(B2B)가 대부분이어서 그동안 매각설을 대중에게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고객사에서도 문의가 쏟아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 등 삼성전자의 사업은 통신 기술로 연결됐을 때 완결성을 가진다”며 “절대 네트워크사업부가 매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1위 제품을 여럿 배출한 무선사업부나 소비자가전 부문,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부품 부문에 비해 실적이 두드러지지 않아 매각설이 나오는 게 아닐까. 그는 “지금 1등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결국은 1등을 할 것”이라며 “5G 시장에선 우리가 미국과 한국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전망이 밝다” 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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