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쟈나」국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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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일본에서 소문난 우리말 한마디가 있다.
「괜찮아」라는 말. 일본사람들은 제나라 표기에 따라「겐쟈나」라고 소개했다. 그 뜻은「마음에 두지 않는다」쯤으로 새기는것 같다.
바로 며칠전 일본 공업신문에서 한국 경제문제를 다루며「겐쟈나 국민성」운운하는 말용 했다. 『한국은 일본을 경제적으로 위협할수 있는가』라는것이 이 기사의 테마였다. 이들의 결론부터 소개하면 한국 경제는 부분적으로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그 얘기가 아니라 그 다음에 하는 말이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내수 규모가 작고, 또하나는「괜찮아 국민성」때문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얘기는 지난 6월에도 있었다. 일본의 TBS-TV는 뉴스특집시간에『한국의 급성장, 일본을 뛰어넘을수 있는가』를 방영하며 우리나라 경제의 강점을 네가지로 꼽았다. 첫째 정부주도의 사회경제건설, 둘째 인재 육성, 세째 재벌의 존재, 네째 후발국의 유이성.
이 TV는 우리나라 반도체 공장·제철공장·전자공장들을 두루 비춰주기도 했다.
역시 그다음에 하는 얘기는『그러나 아직도…』라는 말이었다. 이들은 서울 도심의 울퉁불퉁 포장된 인도를 보여주며 한국 경제엔 결정적인 약점이 있는데「괜찮아요」라는 국민성이라고 했다.
우리가 외국에 흉잡히는 일 가운데 하필「괜찮아요 국민성」을 지적당하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좀 부끄럽다. 한시절 우리 선인들은『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시조를 읊으며 대범(대범)의 미덕을 기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정밀과 세련과 정확을 요구하는 시대에「괜찮아요」식으로 얼렁뚱땅 하는 것은 대범도, 도량도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상품 가운데 끝손질이 제대로 안돼 퇴짜를 맞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품질관리」이전의 문제다. 「대옥」라는 표현도 있듯이 끝은 장엄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분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괜찮아요」의 어원은「관계치않다」는 뜻으로『내가 알바 아니다』라는 무책임의 사상이다.
무책임·무관심은 자기 부정의 모럴이다. 매사에 책임과 계획성을 보여주는 것은 근대시민의 기본 자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괜찮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한가한 국면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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