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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영남권 신공항, 정치는 빠지고 경제성만 따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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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달 말로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부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가덕도를 원하는 부산과 밀양을 지지하는 4곳(대구·울산·경남·경북)의 충돌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최대 10조원 가까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경제·편익성이 기본인데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계산만 난무하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가덕도는 김해공항과 연계해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하고, 밀양은 대구 등 인근 도시로의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부지 선정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어느 쪽 손을 들어 주든 후폭풍이 우려된다.

신공항 유치 과열 경쟁을 조율해야 할 책임은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 그런데 정치권이 끼어들고 정부는 입을 다물면서 불신만 증폭돼 ‘정치공학적’ 결정이 나올 것이란 루머까지 나돈다. 불신은 영남권 정치인들이 자초했다. 여야 부산 지역 의원들은 엊그제 ‘유치 궐기대회’에 몰려가 가덕도를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탈락하면 불복종운동을 하겠다”며 갈등을 부추겼다. 이에 맞서 대구·울산·경남·경북 단체장들은 “부산 정치권이 갈등을 조장한다”며 예정대로 선정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부산을 포함한 5개 시·도가 상생 발전을 위해 유치 경쟁을 않겠다고 약속한 합의문이 휴지 조각이 된 것이다. 이에 앞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가덕도를 찾아 응원했고, 대구의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대통령이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정치인들이 중재는커녕 ‘갈등 증폭기’가 된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겉돈다. 청와대는 어제도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대통령 공약사항에 입장을 표명하면 논란을 더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부지가 발표되면 영남권 간 ‘영-영 갈등’이 어떻겠는가. 따라서 정치인들은 당장 손을 떼고 정부는 경제성을 원칙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 단체장과 주민들은 과정을 지켜보고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신공항이 영남 불화의 상징이 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