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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입사 2년 차, 그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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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내 서랍 속의 꿈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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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이씨는 입사 1년 만에 사직서를 냈다. 이씨의 아버지는 “편한 일만 하겠다는 거냐. 그것도 못 참으면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던 어머니는 “앞으로는 동창회에 안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기업의 부속품으로 사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내 꿈을 위해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다. 기업에 취업한 젊은이 상당수가 입사 초기에 회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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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였다. 신입사원 네 명 중 한 명은 입사 1년 안에 사직서를 쓴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강남·목동 출신으로 입사 2년이 안 돼 그만둔 20~30대 34명을 만나 속 얘기를 들었다. 그런 자녀를 둔 부모 21명을 만나 부모의 마음을 물었다.

부모는 현실이라 말하고 자식은 꿈이라 외친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조기 퇴사자가 말하는 사직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 업무 불만족, 근무시간·근무지 불만의 순이었다. 반면 인사 담당자들은 인내심 부족, 직업의식 부족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퇴사자들이 기업의 시스템과 문화를 불만스러워했다면, 기업에서는 개인의 자질을 퇴사 원인으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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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어떨까. 江南通新이 만난 젊은이들은 “인내심이 부족해 회사를 떠나는 사람은 소수”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더 많았다. 창업이 쉬워지고 실패에 따른 위험이 줄어든 것도 이유였다. 부모 중에도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자녀를 응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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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땐 안 그랬는데 나약하게 키웠나” 한숨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응원하는 부모도
주위 시선 불편…맞선 자리 들어와도 꺼려

고생 모르고 살아서 힘든 거 못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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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58·양천구 목동)씨의 삼 남매는 모두 대기업에 입사했다. 주위에선 이씨를 부러워했다. 막내아들이 장가만 가면 남편과 전원주택 짓고 조용한 노년을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막내아들이 두 달 전 덜컥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매일 야근에 술자리에,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우울증이 올 것 같다는데 안됐다 싶으면서도 “다 그렇게 살아”라는 말부터 튀어나왔다. 이씨는 “회사에 적응 못 할 정도로 내가 아이를 나약하게 키웠나 싶어 한숨만 나온다”며 “회사를 나오면 또 다른 스트레스에 시달릴 텐데 잠깐의 고비일 수 있으니 지혜롭게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축회사 대표인 박철민(60·강남구 서초동)씨는 2년간 인턴을 전전하다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에 사표를 낸 큰딸 때문에 잠이 안 온다. 박씨는 “딸이 인턴 생활을 오래 해 동기나 선배들보다 나이가 많다”며 “퇴근 후 집에 와 펑펑 우는 딸을 보면 안쓰럽지만 대책 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IMF) 때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자신의 회사를 차렸던 박씨는 “나도 나이 어린 상사를 많이 모시며 괴로운 일이 많았지만 책임질 가족들을 생각해서 참았다”며 “딸이 자신만 생각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부족함 없이 자란 자녀가 인내심이 부족한 건 아닐까.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회사생활이 싫다고 사업을 한다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

무역회사 임원인 이모(60·서초구 양재동)씨의 아들은 사업하겠다며 퇴사 계획을 전했다고 한다. 이씨는 “계획은 그럴싸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리 녹록한가. 아침 일찍 일어나고 야근하는 게 힘들어서 핑계 대는 거다”라며 퇴사를 말렸다. 그 역시 회사에서 신입사원들을 자주 보는데 조금만 힘들어도 뿌루퉁해 있거나 온갖 핑계로 회사 행사에 빠지려는 사원들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나서 화가 난다.

이씨는 “나 때는 밤낮없이 일해도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70~80년대에는 모든 사람이 쉬지 않고 일했다.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오냐오냐 키웠더니 쉬운 길, 폼 나는 일만 찾으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네가 행복하다면 그 선택을 존중한다

하지만 자녀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번듯한 직장에서 맘에 안 맞는 일을 하며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격려하는 부모도 있다.

대기업 임원인 이모(59·서초구 반포동)씨는 지난해 외국계 회사에 다니던 아들이 사업계획서를 내밀며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흔쾌히 찬성했다. 이씨는 “아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아들이 나처럼 회사에 매몰된 삶을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아내도 이씨가 “회사 일만 하느라 아이가 크는 걸 보지도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 아들에게 행복한 삶을 유산으로 주고 싶다”고 하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업하는 김은주(58·강남구 개포동)씨는 회사 생활이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 다니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면 자신이 회사 생활이 맞는지, 사업이 맞는지, 대학에서 공부하는 게 맞는지 몰랐을 거 아니냐”며 “아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아르바이트하며 용돈을 벌고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달갑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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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을 선택한 자녀를 응원하는 부모라도 번듯한 직장 없이 결혼은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된다.

주부 백모(62·서초구 반포동)씨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아들에게 ‘결혼은 하고 그만두라’는 조건을 달았다. 번듯한 직장이 없으면 결혼이 어려운 요즘 세태를 감안해서였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사표를 썼다. 지금은 사업을 준비 중이다. 요즘 백씨는 회사에 다닐 땐 무표정하던 아들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게 반갑다. ‘그래 네가 웃을 수 있으면 됐다’고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이러다 결혼 못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백씨는 “왠지 친구 모임에 가기 싫어지고 동네에서도 누가 맞선이라도 주선하겠다고 하면 슬그머니 피하게 된다”며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괜찮은데, 아무튼 설명하기 힘든 그런 마음이다”고 했다.

2013년에 퇴사 후 2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아들을 둔 강지인(60·강남구 역삼동)씨는 “사업이 아주 잘되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권에는 올랐다”며 “퇴사하겠다고 했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너 행복하면 됐다’ 싶더라”고 말했다. 고민은 30대가 된 아들이 연애도 안 하고 일만 하는 거다. 강씨는 “사표 쓰기 전까지만 해도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사업 준비하면서 헤어졌더라”고 말했다.

강씨는 친구들이 해주는 걱정이 달갑지 않다. “멀쩡한 대기업 다니다 말고 갑자기 무슨 사업” “대기업 그만뒀다니 여자 소개시켜 주기가 어렵네” 같은 말을 들을 땐 맘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그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틀을 벗어나는 사람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어요. 엄마인 나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아들이 그러더군요. ‘제가 아기 때 의자를 짚고 일어섰을 때, 힘차게 뛰었을 때, 엄마가 박수치셨다고 했잖아요. 성인이 돼서 처음으로 뛰어보려고 하니 이번에도 박수쳐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어떻게 반대를 하겠어요.”

신입 1년 내 퇴사율 4년 새 23.6%→27.7% 상승
회사 간판보다 ‘평생’ ‘하고 싶은 일’ 찾아
늘어난 스타트업 지원, 초기 비용 전보다 줄어

야근·회식… 자율성 없는 문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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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29·서초구 양재동)씨는 2012년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1년8개월 만에 퇴사했다. 회사 생활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새벽 2시에도 전화벨은 울렸고 주 5일제, 저녁이 있는 삶은 현실이 아니었다. 입사 1년4개월 때 매일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하던 같은 팀 선배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30대 초반이던 선배는 결국 고향으로 내려갔다. 회사는 마치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듯 선배의 자리를 채웠고 새로 온 선배는 이전 선배처럼 밤낮없이 일만 했다.

한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국 조직의 부품일 뿐인데 이렇게 살아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사표를 쓰고 집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녁에는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씨는 “회사에 다니면서 중국 시장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알게 됐다”며 “중국 시장을 겨냥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기업 3년 차인 김모(28·강남구 압구정동)씨는 그렇게 퇴사하는 후배들을 이해한다. 그 역시 가끔씩 사직서를 만지작거리곤 한다. 그는 “대기업이라 임직원 복지가 좋을 거라고들 하지만 나는 최고의 복지가 칼퇴근이라고 생각한다”며 “야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율성이나 독창성을 발휘하기 힘든 것도 불만이다. 다른 부서에 가고 싶지만 부서 이동도 쉽지 않다.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도 답답하다. “평일엔 집에 가서 간신히 씻고 기절하듯 잠들고, 새벽 알람 소리에 뛰쳐나오는 게 일상”이라며 “주말에도 일할 때가 많고 어쩌다 쉬는 날이면 피곤해서 잠만 잔다”고 말했다. 그의 입사 동기 중 5% 정도가 1년 미만에 퇴사했다.

2년간 제약 관련 대기업에 다니다 나온 유모(31·강남구 청담동)씨는 현재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수강 중이다. 유씨는 군대식 회식 문화가 너무 싫었다. 몸이 아파 회식에 몇 번 불참하자 상사가 “몸 관리도 업무의 일환인데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 팀에 피해를 준다”고 핀잔을 줬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유씨는 “엉망이 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밌다”며 “하루하루가 신난다. 회사 다닐 땐 도심 속 새들의 지저귐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입사 1~2년 차에 회사를 그만두는 조기 퇴사자가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조사한 전국 306개 기업의 1년 내 퇴사율은 2012년 23.6%에서 2016년 27.7%로 높아졌다. 조기 퇴사자들은 업무와 근무시간에 대한 불만, 조직 부적응 등을 퇴사의 이유로 꼽았다. 젊은층의 바뀐 생각을 반영하지 못한 경직된 기업 문화가 조기 퇴사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에서 2년간 버티다 나왔다는 김모(31·양천구 목동)씨는 밤새 공들여 만든 기획안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부장, 권위적인 선배들이 싫었다. 미팅에 늦을까 하이힐을 신고 뛰다 구두굽이 부러져 길바닥에 나뒹굴었던 날, 피가 흐르는 손바닥을 보면서 퇴사를 결심했다. “어린 시절 네 꿈을 펼치라던 사회가 막상 나와보니 ‘너는 꿈꾸지 말고 시키는 거나 하라’고 지시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년반의 취준생 기간 동안 새벽같이 학원을 다니고 합격자 발표 때마다 마음을 졸였던 그는 결국 그렇게 들어간 회사를 2년 만에 ‘버티다’ 나왔다.

어반베이스 하진우(33·서초구 반포동) 대표와 오세준(33·서초구 방배동) 이사는 대학 졸업 후 공군 학사장교 시절 만난 인연으로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오 이사는 원래 대기업에 다녔다. 입사 동기 90명 중 3분의 1이 3년 이내에 퇴사했고, 그는 그중 14번째 퇴사자였다.

오 이사는 조기 퇴사의 이유로 ‘자괴감’을 꼽았다. 오 이사는 “기업에 입사하기 전까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았는데 막상 조직에 들어가 보니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도 불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해가 됐다. 열심히 해봤자 돈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자기계발할 시간도 없고 결국 직장 내에서 최적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노후까지 즐겁게 할 일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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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대표가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80년대 유명 대기업이던 회사의 사옥을 창업 2년이 안 된 카카오가 사들이는 것을 보고서다. 그는 “그때부터 국내 경기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에 대한 흐름을 읽는 공부를 시작했고 창업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까지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이 안정적이라고들 하지만 굴지의 대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세상이니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지 않으면 어떤 곳에서도 불안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 퇴직은 경직된 기업문화 때문만이 아니다.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달라진 기업 환경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 노후까지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미국 유명 투자회사인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은 O2O(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업체 ‘미소’의 박준혁(30·송파구 잠실동) 매니저는 대기업 입사 2년 차에 사표를 쓰고 창업했다. 그는 외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북경대 교환학생과 방글라데시 코트라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유명 대기업에 입사했다.

입사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해외 협업의 일등공신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 업무의 연속이었다. 미래도 불안했다. 2년 차가 됐을때 동업 제안을 받고 미련없이 회사를 떠났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한다고 해도 결국 은퇴해야 하잖아요. 은퇴 후 치킨집 차리는 인생이 될 것인가, 평생 열정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을 만들 것인가 고민했죠.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창업 후 바쁘지만 재밌고,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매일매일 신바람이 납니다.”

회사 생활은 창업 위해 경험 쌓기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기 위해 기업에 들어가는 젊은이들도 있다. 이들은 2년 안에 퇴사를 결심한다.

이모(32·송파구 잠실동)씨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세 군데의 회사를 다녔다. 창업도 한 번 해봤다. 이씨는 현재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다. “기업에서 시스템을 배우고 노하우나 인맥을 쌓아 다시 창업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참을성이 없거나 조직에 융화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나는 나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고, 추진력이 강한 편”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목표를 정하고 퇴사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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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2년간 재직했던 이정연(30·강남구 청담동)씨는 영국 유학 때 단짝이던 친구와 함께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씨는 “바로 사업을 시작하면 조직 관리 경험이 없어서 시행착오가 많을 거라는 생각에 회사를 다녔다”고 말했다. 이씨는 “동기 중 절반이 3년 차가 될 즈음 퇴사를 하고 이직이나 결혼, 대학원 진학, 창업 등의 길로 나섰다”고 전했다.

타운컴퍼니 윤경욱(30·양천구 목동) 대표는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 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엑센추어 등에서 일했다. 회사에 다닌 건 “기업의 시스템이나 사회생활에서 익혀야 하는 기본적인 예의 등은 기업 안에서만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윤 대표는 사업을 계획한다면 입사 2년 안에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2년반이 넘어가면 승진 시기가 되고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창업 문턱 낮아지고 리스크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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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2014년 6월 회사를 설립한 후 스타트업 보육 단지
인 ‘마루180’에 들어갔다. 아산재단이 운영하는 마루180은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지니고 있는 스타트업에게 사무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창업에 도전하는 건 과거만큼 위험천만한 일은 아니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낮아졌고,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 하면 투자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도 다양해졌다.

하진우 대표는 “과거엔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려고 해도 닷컴 도메인을 구입하고 대형 서버를 구비하는 등 초기 자금이 반드시 필요했고, 문제가 생기면 회복이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초기 투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찾아보면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지역마다 다양한 창업보육센터가 있고, 젊은 창업자들은 서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돕는다. 특히 1990년대, 2000년대 IT붐을 일으킨 선배 창업자들은 후배 창업자들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한다.

오세준 이사는 “나만 잘사는 것보다 더불어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협업 체제가 갖춰지고 있다”며 “평생 직업으로 삼고 일할 수 있느냐가 당장 보수가 많은가, 복지가 좋은가 보다 더 중요한 세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일러스트=심수휘 기자 shim.soohu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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