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곳 못찾는 「구인장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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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총무 조찬회동>
○…18일 하오의 공식총무회담을 앞두고 김동영신민당총무의 요청에 따라 이날상오 L호텔에서 9월들어 첫 접촉을 가진 이세기민정당총무와 김신민당총무는 박찬종의원 구인등이 겹쳐 가시돋친 인사말부터 교환.
이총무가 『있을때는 귀찮더니 막상 없으니 허전하더라』고 말하자 김총무는 『야당의원은 투쟁하고 있는데 세미나만 하느냐. 여당만 즐거우면 되냐』고 막바로 공격.
이에 이총무는 『뭐가 즐기는 거냐』고 즉각 대꾸하고는 『미국에서는 어땠느냐』고 물었으나 김총무는 『여당때문에 쉬지도 못했다』고 퉁명스럽게 불만을 토로.
이들은 곧 박의원 구인문제등 본론에 들어갔는데 이총무는 『박의원은 기소돼야할것 같다. 박의원이 주동을 한듯싶고 특히 그는 사건이후 거짓말을 많이 했다. 증거도 명백하다. 이제 내가 어떻게할 문제도 아니게됐다』고 여당의 입장을 설명.
이에대해 김총무는 『기소를 하면 사태는 심각하다. 1백2명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걸고 싸울것이다. 이총무가 중간에서 막아줘야 하지 않는가』고 요청.
○…7시45분부터 30분간의 접촉을 끝내고 기자들을 만난 김신민당총무의 표정은 특히 무거워 여당의 완강한 뜻이 전달됐음을 암시.
반면 이민정당총무는 다소「여유」있는 표정.
▲김=국회의원의 직무이행을 검찰에까지 끌고 가는것은 국회의원의 직무이행에 대한 방해뿐 아니라 국회의 존립자체까지 뒤흔드는 문제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말을 막고 나서며) 그것은 김총무가 그간 해외에 나가있었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으로 잘못알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원문제는 여야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학생을 선동, 이용하는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되겠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다. 김총무는 그간 서울을 비워 사실과 다르게 알고있다. 검찰에서 진행중인 일이니 두고보자.
▲김=이총무가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가 순리대로 운영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줄 안다. 이번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정기국회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것이다.
▲이=어떤 경우든간에 정치인이 학원에 들어가 학생을 선동, 이용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것이며 그런 보장이 확실히 돼야 얘기를 풀어갈수 있는것 아닌가.
▲김=견해의 차이다. 야당은 국회의원이 어떤곳, 어떤 일이든지 현장을 보는게 보장이 안되면 국회의 존립이 안된다는 생각이고 여당은 그런것을 선동했다고 한다. 공동노력해 순리대로 풀어가기로 하자. 그러면 되겠는가.
▲이=그러자. 내입장에서는 검찰이 다루고 있으니 일단 관망을 하고 다시 얘기하자는 거다.
▲김=정치적으로 해결하면 다시 문제될 소지가 있는것도 아닌데 이총무의 노력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이=김총무도 돌아왔으니 자주 얘기해보자. 3시에 국회에서 만나자.

<신민, 대책협의>
○…이민우총재는 18일아침 자택에서 최형우부총재·홍사덕대변인등과 대책을 협의한후 농성중인 도봉지구당사와 민추협을 들러 당사에 도착.
이총재는 민추협에서 김대중공동의장을 만나 이사건의 해결책을 협의했는데 협의내용은 일체함구.
이총재는 『여당이 애들처럼 무례하게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소아병적으로 대처해 국회개회시에 불참하는 행동은 하지않겠다』고 냉정한 입장.
또 김수한·노승환·이중재·최형우부총재등은 『어른스럽지 못한 정부·여당의 횡포를 보니 저들이 대화정치의 근본을 파괴하고 정기국회를 스스로 파국으로 몰고가려는 것으로 밖에 볼수없는 중대사태』라며 『저쪽의 강경책에는 촌보도 후퇴할수 없다』고 결연한 자세.
송원영·박용만·문정수의원등은 『의회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권력과신에서 나오는 폭거』라며 일전불사의 결의를 개진하는등 초강경 분위기.

<민정의원들 착찹한 반응>
○…민정당의원들은 의원세미나가 진행중인 17일하오 박찬종·조순형의원의 연행소식을 전해듣고 『결국 그대로 되는구나』며 착잡한 표정.
대부분 의원들은 이문제에 언급을 회피했고 이날 상오 시내모처에서 경부관계자들과 접촉을 가졌던 정순덕사무총장이 노태우대표위원·이세기 총무등과 밀담.
한의원은 『이번 사건을 방치, 유야무야식으로 넘어갈 경우 앞으로는 정국을 더이상 끌고 갈수없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 아니냐』고 반문하고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단호한 대응을 한다는것은 확고한 뜻이기 때문에 세간의 예상을 넘는 조치도 있을지 모른다』고 전망.
그러나 일부에서는 『판이 깨질정도로 까지야 가겠느냐』며 『신민당측으로부터 다짐을 받는다면 정치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신민간부 검찰방문>
○…신민당총재단은17일하오 박찬종·조순형의원등에 대한 법원의 구인장발부와 검찰의 강제수사 소식을 듣고 홍사덕대변인을 통해 항의성명을 즉시 발표토록하는 한편 18일상오 긴급확대간부회를 소집하는등 신속 대응.
이민우총재는 『후속대책은 당사자들과 변호사들이 18일 총재단에 하는 보고내용을 듣고 대책을 결정하겠다』고 예상외로 담담하게 설명.
이총재는 이어 이용희사무총장에게 『당사에서 대기하면서 상황을 수시로 총재단에 보고하라』고 지시한뒤 하오3시쯤 당사를 떠났는데 이총장은 김성기법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의 수사내용에 대해 문의.
이총장은 『구인장이 발부됐다면 일단 조사에는 응해야겠지만 가급적 오늘중 돌려보내달라』고 요청했으며, 김장관은 『정기국회전에 조사를 끝내야겠다는 취지에서 구인장을 청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
한편 이총재는 하오6시쯤 다시 당사에 나와 이종남서울지검장과 박·조의원등을 만나고 돌아온 이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들은뒤 김동영총무·홍대변인등과함께 앞으로의 대책등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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