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조응천 일어나서 박수, 진영은 기립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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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55분 국회 본청 본회의장.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했다”며 개원 연설을 마무리했다. 20대 국회의원들에게 “큰 족적을 남기는 의정활동을 펼쳐주실 것을 기대하겠다”면서 남긴 당부의 말이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 스스로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는, 중의적 표현”(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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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회의장 중앙은 ‘박수의 통로’가 됐다. 본회의장 중앙 좌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일렬로 늘어서 박수를 쳤다. 박 대통령은 나경원·정운천·박완수·유민봉 의원 등 중앙통로에 자리 잡은 의원 40여 명의 배웅을 받으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관례적으로 중앙 좌석은 제1당 몫이라 총선 당선자 수대로라면 더불어민주당이 앉아야 했다.

박 대통령 연설 끝에 의원들에게
“취임사는 꿈으로 퇴임사는 발자취로”
여당 일부 “자신에게 한 말일 수도”

하지만 국회의장 선출로 정세균 의장이 탈당하면서 새누리당과 ‘공동 1당’이 돼 새누리당이 중앙을 차지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박수 통로’를 지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던 김무성 전 대표에게도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김 전 대표는 대통령 연설 후 “박수 통로로 가자”는 정갑윤(5선·울산 중구) 의원의 손짓에도 손사래를 치며 물러나 있다 박 대통령이 손을 뻗자 악수했다.

더민주는 이날 박 대통령의 입·퇴장 때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 대부분은 박수는 치지 않았다. 더민주는 본회의 시작 전 의원총회에서 ‘입·퇴장 시 자리에서 일어나되 박수는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총 23번의 박수가 나왔다. 하지만 더민주 의원들은 대부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더민주 의원 중에선 김부겸(4선·대구 수성갑) 의원이 연설 도중 간간이 박수를 쳤다. ‘의원 자율’ 입장을 정한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이 입·퇴장할 때와 발언 도중에 박수를 보내는 의원과 지켜보는 의원 둘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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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던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본회의장 자리를 찾지 못해 국회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입·퇴장할 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고 연설 중간에도 몇 차례 박수를 보냈다.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더민주 조응천 의원도 박 대통령의 입·퇴장 시에 선 채로 박수를 보냈다. 새누리당 출신인 더민주 진영 의원은 기립했지만 박수는 한 번도 치지 않았다. 지난 2월 박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며 박 대통령을 불러 세웠던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박 대통령과 마주침 없이 연설이 끝나자 조용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지상·김경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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