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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320명 춤추던 클럽 습격…아프간계 미국인 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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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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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격 테러가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에 있던 DJ(왼쪽)가 경찰서 밖에서 친구의 위로를 받고 있다. 총기를 난사한 범인은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외로운 늑대’의 소행인지를 수사하고 있다. [올랜도 AP=뉴시스]

“범인은 체계적이었고 잘 준비돼 있었다.”

올랜도 거리서 총격 벌이다 난입
무대 위 수십 명 한꺼번에 쓰러져
경찰 “체계적이고 잘 준비돼 있어”
인질극 범인 SWAT 투입 사살

존 미나 올랜도 경찰서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범인의 몸과 그의 차에서 폭탄이 발견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범인 오마르 마틴의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그가 대규모 살상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다는 정황만큼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에 따르면 마틴은 최근 플로리다주 포트 세인트 루시에 거주해왔다. 세인트 루시는 사건이 발생한 올랜도에서 200㎞가량 떨어져 있다. 이번 테러를 위해 차를 몰고 올랜도까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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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이번 사건은 마틴의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 미 언론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인 마틴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아 자생적으로 테러를 저질렀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재활시설에서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숨진 사건과 마찬가지로 ‘외로운 늑대’의 소행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마틴의 아버지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종교와 관계 없고 동성애에 대한 반감이 원인”이라며 "아들은 거리에서 남자 둘이 키스하는 걸 보고 분개했다”고 밝혔다.

마틴의 총격은 이날 오전 2시쯤 올랜도의 유명 게이 나이트클럽 ‘펄스’ 주변에서 벌어졌다. 펄스 밖에서 총을 쏘던 마틴은 펄스에 난입해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 클럽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자리에서 40여 명이 쓰러졌다. 이 클럽은 동성애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클럽에서는 ‘라틴 축제’가 열려 320명가량이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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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은 총기 난사에 이어 클럽 안에 갇힌 30여 명을 인질로 잡고 출동한 경찰과 대치하며 총격전도 벌였다. 세 시간 대치 끝에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투입돼 마틴은 사살됐고 인질들은 목숨을 건졌다고 AP는 전했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총격을 받아 대량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연방정부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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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진 이들과 올랜도 주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었다. 목격자인 크리스토퍼 한센은 “갑자기 무대에서 ‘탕 탕 탕’ 하는 소리가 났다”며 “너무 놀라 클럽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총소리는 40~50번 계속됐다”고 말했다. 클럽을 빠져나온 다른 목격자는 “댄스 홀과 바 앞에 수십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악몽 그 자체”라고 몸을 떨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도 무장한 범인이 인질을 잡고 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부상자들이 도로에서 치료받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올라왔다.

경찰은 앞서 펄스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트위터로 알렸으며 사람들에게 테러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요청했다.

◆신예 여가수도 피살=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 출신의 신예 크리스티나 그리미(22)가 지난 10일 오후 10시쯤(현지시간) 올랜도의 플라자 라이브 극장에서 콘서트를 마친 뒤 팬들과 만나 사인회를 하던 중 한 남성이 쏜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숨졌다. 범인 케빈 제임스 로이블은 현장에서 자살했다. 올랜도 경찰에 따르면 로이블은 사건 당시 총 두 자루와 사냥용 칼 등을 지니고 있었다.

백민정·이기준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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