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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호건 '섹스 비디오' 공개한 美 가십매체 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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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호건(본명 테리 진 볼리아·63)

미국의 유명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본명 테리 진 볼리아·63)의 성관계 동영상을 공개했다가 호건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1억4000만 달러(1653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미 온라인 매체 고커가 10일(현지시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고커는 향후 연방법원이 지정하는 신탁관리인의 법정관리 하에 자산매각, 구조조정 등 기업회생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고커는 2012년 8월 호건이 친구 버바 클렘의 동의 하에 클렘의 부인인 유명 라디오 진행자 헤더 클렘과 성관계를 가진 영상을 자사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호건은 이 매체가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1억 달러 규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오랜 법정공방 끝에 지난 3월 미국 플로리다주 파이넬러스 카운티 법원은 고커의 닉 덴턴 CEO에게 1억4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이에 고커는 10일 뉴욕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러나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고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향후 항소 과정에서 호건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판결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고커 측은 자산을 매각할 만한 우호적 인물을 물색하는 동시에 1심 판결에 항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포브스 등 미 언론이 11일 전했다.

호건과 고커의 법정 공방은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맞대결로 번졌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밴처투자자 피터 틸이 호건의 소송 비용을 댔다는 사실이 지난달 24일 밝혀지면서다. 당시 포브스는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틸이 호건의 소송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과거 고커가 틸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한 데 대한 복수"라고 지적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야르 공동창업자가 지난달 26일 고커의 소송을 돕겠다고 나섰다.

두 억만장자는 10년 전 틸이 창업한 페이팔을 오미디야르의 이베이가 매입하면서 처음 연을 맺었지만,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로 인해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틸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반면 오미디야르는 트럼프 반대 운동에 1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처럼 성향이 다른 두 억만장자의 대결을 "배트맨과 수퍼맨,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대결"에 비유했다.

주요 언론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0일 가디언은 "틸의 복수는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협을 가한다"며 "오늘은 고커지만 내일은 뉴욕타임스, 가디언, 데일리메일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CNN은 지난달 26일 "고커가 폭로한 것은 국방부 비밀문서도, 조세회피 문서도 아니었다. 고커는 권력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다"라며 "언론이 사생활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호건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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