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만 쏙쏙…외국인은 코스피 쇼핑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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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매수세가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장에서 1조3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지수가 연중 최고치에 도달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코스피 지수가 2.91포인트(-0.14%) 하락하면서 숨고르기 행보를 보인 9일에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13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9일까지의 총 순매수액만 1조487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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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거래소

최근의 외국인 매수 행보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사자’ 주문이 철저하게 코스피 대형주에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달 순매수액의 거의 대부분인 1조2000억원 정도를 대형주 매입에 쏟아부었다. 그 중에서도 매수세가 집중되는 건 삼성전자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4874억원 순매수했다. 덕택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20만원대에 머무르던 삼성전자 주가는 6월 1일 130만원대로 올라섰고, 8일에는 140만원 위로 치솟았다. 9일에도 전날보다 1.71% 상승한 143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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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거래소

개별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이노션(993억원)이 9일 장마감 이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성사로 2위에 올랐다. 외국인은 네이버·두산중공업·한국항공우주·SK텔레콤·아모레퍼시픽·기아차·KT&G·고려아연·삼성SDI 등도 300억~900억원 규모로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피200 지수에 연동해 움직이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200과 TIGER200도 1100억원과 800억원 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국내 굴지의 대형주들이거나 코스피 시장 전체를 대변하는 종목들이다.

실적 회복, 하반기 수출 증가 기대
삼성전자 등 1조4875억원 순매수
주가지수 2000선 넘어 연중 최고
계속 상승할 지는 전망 엇갈려

한 마디로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9일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 들어 코스피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있어서도 외국인의 매수세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82포인트로 6월을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7일 2000선을 넘어선데 이어 8일에는 2027.08로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한국 대형주 매수 행진에 대해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이 싸고, 더 오를 것 같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 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고 수출도 하반기부터는 전년 대비 증가 추세로 반전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재정건전성·외환안정성이 좋은 편인데다가, 그동안의 주가 부진으로 가격이 싼 편이라는 매력이 있어 외국인에 사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발 주가 상승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시장에선 긍정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장사 이익과 수급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추가 반등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에 선진국보다 신흥국 증시가 더 많이 위축됐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코스피 지수가 2070~2090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주가가 직전 최고점에 근접하고 있다”며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본 외국인이 주식 매입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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