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 아버지 “스타워즈 알투디투 같은 로봇 개발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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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씨쓰리피오(C-3PO)와 알투디투(R2-D2) 로봇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로봇을 고를까.

각자 취향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일본 국민의 80%가 알투디투를 꼽았다고 하야시 가나메(林要)가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나메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감성인식 로봇 페퍼(Pepper)의 개발자다.

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를 나와 벤처기업 ‘그루브X’를 설립했다. 가나메는 FT에 “페퍼와 차별화되는 로봇을 2019년까지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이 알투디투 같은 스타일”이라며 씨쓰리피오와 알투디트 얘기를 꺼낸 것이다.

씨쓰리피오와 알투디투의 차이점은 말을 할 줄 아느냐 여부. 말을 할 줄 아는 씨쓰리피오가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라면, 알투디투는 인간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순 있지만 말을 못하는 로봇이다. 영화에서도 알투디투는 ‘삐’ 소리로만 인간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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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메는 “인간과 공존하기 위해 로봇을 어느 선까지 똑똑하게 만들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했다. 그는 ‘페퍼’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페퍼를 쓰고 있는 한 노인요양시설을 찾았다. 가나메가 “페퍼의 어떤 점을 보완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한 노인이 그에게 다가와 “페퍼의 손을 좀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없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로봇에게서 인간의 체온을 원한 것이다. 그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나메는 “이르면 2019년 내놓을 새로운 로봇은 페퍼 같은 휴머노이드는 아닐 것”이라며 “인간의 음성을 이해하고 실행 능력은 갖추되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는 수준으로는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로봇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보조 장치에 머무는 것이 사람에게 가장 최선이라고 본 것이다.

수십 년 간 로봇 사회학을 연구해온 미치오 오카다 도요하시 기술대학 교수도 “페퍼처럼 인간 같은 로봇과 생활할수록 사람은 자신이 기계가 된듯 느낀다”며 “로봇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만족감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가나메는 “앞으로 로봇 개발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인류의 직업을 대체하는 로봇이 아닌 업무수행을 효과적으로 보조해주는 로봇을 만드는 일”라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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