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된 전직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대가 거부하지 않는다면 연구실로 돌아가 그동안의 보직생활을 통한 학문적 손실을 보상하면서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겠다.』
지난 7월22일 퇴임때 이임사를 통해 교수 복직의사를 밝혔던 이현재전서울대총장이 이번학기에 교수아닌 시간강사로 다시 강단에 서게 됐다.
대학원 석사과정의 「재정학연구」 강좌.
당초 학부과정의「재정정책」강의도 맡을 예정이었으나 개강직전 바뀌었다.
동료교수와 제자들이 발벗고 나서 이번 학기에 금방 이루어질것 같았던 이전총장의 교수 재임용이 뜻밖에 늦어지고 학부아닌 대학원 시간강사로 결정되자 학생들은 『혹시 학교측이 일반학생과 해직된 총장과의 접촉을 바라지 않는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3일 개강, 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선량한 관리자라는 평을 들어왔던 이총장님의 교수 복직이 늦어지는 것은 학원사태와 관련해 해직된 때문으로 안다』며 『납득할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학교측은 교수 복직에 적극적이었는데 인사권을 쥔 문교부가 『눈치없이 너무 서두른다』 고 제동을 걸고 있다는 뒷얘기도 퍼져있다.
당사자인 이전총장은 『교수복직을 차분히 기다리는 상태이며 학부강의는 그동안 마무리 작업만 남겨놓고 여러해째 미뤄온 「재정경제학」책 원고를 끝낼 더 많은 시간을 내기위해 내가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교수였던 전총장의 복직이 학생과 학교와 본인의 기대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데서 번지고 있는 캠퍼스안의 수근거림. 없어도 좋을 마찰, 부질없는 구설수가 번지도록 과연 놓아둘 수 밖에 없는것일까. <이덕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