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직원에게 68차례나 수술시킨 의사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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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가 없는 행정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키고 직접 수술하도록 지시한 의사가 검거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사면허가 없는 직원에게 수술을 지시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대전 D병원 원장 한모(5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윤씨 지시를 받고 수술에 가담한 총무과장 윤모(47)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정형외과 환자를 수술하면서 윤씨에게 봉합과 철심을 심게 하는 등 68차례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병원장이던 한씨는 수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윤씨를 수술실로 불러들여 뼈에 구멍을 뚫고 철심을 심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가 다리 한 쪽을 봉합하면 반대편은 총무과장인 윤씨가 봉합하기도 했다.

퇴근시간이 되면 한씨는 수술 도중 퇴근하고 윤씨가 봉합 수술을 마무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자들은 마취 상태인데다 윤씨가 수술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도 발생했다. 뼈에 철핀 삽입수술을 받은 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X-레이 촬영한 결과 철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재수술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자격 없이 2013~2014년 이 병원 간호조무사 등에게 독감예방주사액 등 전문의약품을 판 혐의(약사법 위반)로 물리치료실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물리치료실장에게 주사액 등을 구입, 가족에게 투약한 간호조무사 등 병원 관계자 11명도 적발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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