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새 남진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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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소련은 북한상공을 관통하는 항로를 개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트남의 캄란을 연결하는 작전선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종전에는 소련의 극동기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일해협과 남지나해를 거쳐 캄란기지에 이르는 우회루트를 통해 항공기와 함정들을 운용해 왔었다.
이제 소련은 북한상공과 우리의 서해를 거쳐 남지나해를 경유, 캄란에 이르는 항공로 하나를 추가하게 된 것이다.
일본 자위대가 확인해준 이같은 사실은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위협을 증대시킬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미묘하게 작용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소련은 군사력증강을 국책의 최우선과제로 삼아왔다. 이것은『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세계적인 전쟁의 위험은 피할 수 없다』는 초기의「레닌」이래의 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소련은 매년 GNP의 13%를 군사비로 쓰고 있다. 이것은 전체예산의 5%에 해당한다.
최근의 서방측 자료에 의하면 소련의 85년도 국방예산은 84년보다 11·8%가 증가한 2천2백억달러에 이른다.
이같은 군사비 증가분의 상당부분이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력 증강으로 나타나고 있다.
85년도 일본「방위백서」에 의하면 소련은 극동군사력을 질·양 양면에서 증강을 거듭, 전체 군사력의 30%를 이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
종래는 신무기가 유럽지역에 먼저 배치되고 상당한 시일이 지난뒤 극동에도 배치됐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동시에 배치되고 있다고 방위백서는 밝히고 있다.
지난3월 소련의 최고권력자로 등장한「고르바초프」는 워싱턴∼동경∼서울∼북경을 연결하는 침략전선이 소련을 포위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아시아 집단안보기구」구성을 제의한바 있다.
이어서 소련은 고립돼 있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본격화하여 T-72탱크와 미그-23 전폭기를 제공했다.
지난 연말 소련의 TU-16 폭격기편대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영공을 횡단하여 서해까지 친선비행을 한 다음 지난 5월에는 미그육편대가 황주까지 비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소련해군 순양함대가 원산만에 기항, 8·15경축행사에도 동참했다.
이미 나진항사용권을 얻은 소련은 청률과 서해의 남포항사용권 마저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소련극동군사력의 북방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토크와 남방센터인 캄란을 잇는 두개의 작전루트사이에 우리한국이 놓이게 됐다.
이제 소련의 군사적 위협이 우리의 피부에 와 닿은 듯한 기분이다.
미국·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가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다. 그러나 중공·소련에 대한 배방외교의 전개, 발전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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