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미세먼지, 경유차 다니는 서울시청 주변과 비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도서 지역인 인천 백령도와 도심인 서울 중구 서소문동(시청역)의 월평균 ‘미세먼지(PM 10)’ 농도가 유사한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차 통행이 많은 서울 시내와 차량 2000여 대가 등록된 서해안 섬의 미세먼지 수준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경련 “중국이 오염원이라는 증거
경유차 외에 해외 요인 대책 필요”
환경부 “중국 먼지, 내륙엔 잘 안 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측정치(2012년 1월~2015년 7월)를 토대로 분석해 보니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2012년 5월의 경우 외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 파악을 위한 백령도의 국가배경농도 관측망엔 미세먼지 농도가 60(㎍/㎥)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소문동의 미세먼지 농도는 50이었다.

그런데 이후 두 지역의 농도가 똑같이 줄기 시작하면서 같은 해 8월엔 백령도가 20을, 서소문동은 19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미세먼지 등락의 흐름은 거의 비슷했다. 특히 백령도가 서소문동보다 높은 경우도 조사 기간 43개월 중 13개월이나 됐다.

정조원 전경련 환경노동팀장은 “차량이 적고 공장도 거의 없는 백령도의 오염도가 서울 중심가와 비슷하다는 건 중국을 포함해 해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요인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윤순창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기류 영향 등을 고려하면 중국이 한국의 미세먼지에 많은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중국 베이징의 환경 규제를 강화하자 공장·자동차가 한국과 가까운 주변 지역으로 이동했고 이게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측은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 규제나 화력발전소 폐기 등의 국내 대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판단되는 ‘해외 요인’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송창근 환경부 대기질 예보센터장은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 물질이 백령도 인근에만 머물다 한국 내륙으로 상륙하지 않고 빠져 나갈 때가 많다”며 “서소문·백령도의 측정치 비교 결과만 놓고 국외 요인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백령도 미세먼지가 빠져 나가는지 측정 작업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엔 “구체적인 수치는 없지만 바람의 영향이나 경험적으로 볼 때 그렇다”고 설명했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원인을 놓고 국외·국내 요인에 대한 이견이 많은 만큼 경유차처럼 먼저 조절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995년부터 한국·중국·일본 전문가와 함께 ‘동북아 지역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공동조사사업(LTP)’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해 말 21년간의 사업 성과를 발표하면서 ‘3국이 공동으로 미세먼지 장기관측 결과를 분석하고 집중측정을 강화한다’고 밝힌 정도다.


▶관련 기사
① 클린디젤 정책 공식 폐기…미세먼지 특단처방은 없어
② 40년 넘는 화력발전 과감히 없애고 LNG 전환 서둘러야



이와 달리 유럽·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국가 간 대기오염 월경(越境) 대책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1979년 처음으로 ‘장거리 이동성 대기오염 조약’을 체결해 미국·캐나다까지 51개국이 참여해 미세먼지·산성비·중금속물질 등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의 다양한 원인을 더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NASA의 관측용 항공기 3대를 포함한 첨단장비를 총동원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진행된다. 이 결과가 나오면 더욱 체계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NASA와 공동조사는 자료를 분석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더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추후 이 결과도 대책 마련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