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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팀, 신형 유전자 가위 성능 검증…인간 세포 32억개 염기 중 하나만 정확히 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형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 Cpf1’ 성능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처음으로 입증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연구단은 크리스퍼 Cpf1이 현재 사용되는 ‘크리스퍼 Cas9’ 유전자 가위와 비교해 유전자 교정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자체 개발한 실험방법으로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유전자 가위는 세포 속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자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유전자 가위는 사용된 단백질 및 효소 등으로 구분하는데 크리스퍼 Cpf1은 단백질(Cpf1)과 크리스퍼 RNA(crRNA)로 구성된다. 최근 과학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유전자 가위는 크리스퍼 Cas9이다. Cas9은 DNA 염기를 잘라내는 효소 이름인데 Cas9 대신 Cpf1이라는 새로운 효소가 지난해 처음 개발됐다.

김진수 유전체 교정연구단장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절단 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유전자 가위의 성능을 실험했다. 절단 유전체 시퀀싱(Digenome-seq)은 유전자 가위로 잘라낸 샘플의 전과 후를 파악해 잘린 위치를 구별하는 방식이다. 인간 세포에서 분리한 유전체 DNA를 크리스퍼 Cpf1로 처리한 뒤 잘려진 부분을 비교한다. 이를 통해 크리스퍼 Cpf1이 크리스퍼 Cas9과 비교해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 유전체 DNA 32억개 염기서열 중 표적 위치만 정확히 자르고 비표적 위치는 단 한 군데도 자르지 않는 경우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크리스퍼 Cpf1을 활용하면 유전 질환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교정하거나 부작용 없는 항암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전자 및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품종 개량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김진수 단장은 “크리스퍼 Cpf1은 크리스퍼 Cas9에 비해 비표적 위치에서 작동할 확률이 낮고 정확성가 높기 때문에 생명공학 및 분자의학의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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