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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3명 구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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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섬 지역 20대 여교사를 잇따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마을 주민 3명이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피의자들을 상대로 사전 공모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범행 전 통화…사전 모의 가능성
피의자들은 “우발적 사건” 주장
교육청, 도서지역 관사 점검키로

전남 목포경찰서는 5일 “신안 흑산도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박모(49)씨와 김모(39)씨 등 학부모 2명과 마을 주민 이모(34)씨 등 3명을 4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 등이 범행 전후 서로 전화 통화를 하고 여교사에게 함께 술을 먹인 점 등으로 미뤄 공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 등은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경우 처음엔 성폭행 혐의도 부인했으나 경찰이 유전자(DNA) 분석 결과를 제시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은 DNA 분석을 통해 김씨와 이씨가 여교사를 성폭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DNA가 발견되지 않은 식당 주인 박씨의 경우 유사강간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여교사는 현재 병가를 낸 상태다.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해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주민 김모(66)씨는 “처음 성폭행 얘기가 나돌았을 땐 다들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었는데 충격”이라며 “지역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교육청은 도서 지역 학교 관사들에 대한 안전실태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7일 신안 지역 학교장이 참석하는 회의도 연다. 교육부는 추후 여교사들을 도서 벽지 지역에 가급적 신규 발령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원단체도 가해자 처벌과 여교사 보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5일 “인면수심의 사건에 대해 교육부와 전남교육청이 2차 피해가 없도록 피해 여교사 보호와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라”는 성명을 냈다.

박씨 등은 지난달 22일 새벽 시간대 신안 흑산도 한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로 검거됐다.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여교사가 취하자 자신의 차량으로 관사까지 데려다준 후 유사강간을 한 혐의다.

목포=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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