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삶과 풍물을 조명|「유트릴로」전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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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화가「유트릴로」는 천생 예술가로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이름 없는 화가였지만 어머니는「슈잔·바라톤」이라는 꽤 이름 있는 여류화가였다. 그가 태어난 때는 1883년. 그러니까 유럽의 사회가 세기말적인 우수에 가득찬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흐름에 따라 전원적·목가적인 자연풍경보다 산업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인공적인 도시 풍경이 화가「유트릴로」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파리의 번화한 거리가 아니라 우수와 슬픔에 가득찬 뒷거리, 그것도 지극히 서민적인 풍물을 주제로 삼았다. 그의 작품세계는 보통 4시기로 분류된다. 첫째는 모마니 시대로 1903년부터 1907년까지 주로 교외의 풍경을 그렸는데 시간의 때가 묻은 담벽이나 집이 중심이 되고 어두운 색조로서 화폭을 두껍게 칠했다. 둘째는 1907∼8년 사이의 인상파시대라고 일컬어지고 있지만 인상파 영향은 그리 많이 받고 있지 않다.
세째는 1909년부터 12년까지의 백색의 시대이다.
투명할이 만큼 정화된 백색으로서 파리의 뒷골목에 벽이나 집을 그려놓아 가장 파리적인 도시풍경을 창조하였던 것이다. 이때는 흰벽의 표현에 프라돌을 섞어서 쓴 것이 특징이다. 넷째는1912년 말 코르시카 여행에서 얻은 작품으로서 환경과의 관계 때문에 다채롭게되고 이것이 l913년 이후에 다채시대의 전조가 된다.
파리의 몽마르트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죽은 참다운 파리의 시민인「유트릴로」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파리라는 근대도시를 조형화하고 영원화 시켰다. 먼 훗날 파리의 건축과 거리는 없어져도 그의 작품을 통해서 파리는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유트릴로」전은 9월20일까지 신세계미술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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