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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친한 언론사 간부 불러 저녁 먹고…비판적 기자엔 취재 거부하는 아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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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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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에 납짝
엎드린 일본 미디어
(安倍政?にひれ伏す
日本のメディア)

마틴 패클러 지음
후타바샤

‘우리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도쿄에서 일본의 중견 언론인 6명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언론 정책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런 내용의 현수막을 펴 들었다. 공정성을 상실한 방송사는 문을 닫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 발언을 비판하는 자리였다.

저명 저널리스트 도리고에 슌타로((鳥越俊太)는 호소문에서 “다카이치의 발언은 일종의 공갈이지만 배후에는 언론에 대한 아베 정권의 거만한 자세가 있다”고 비판했다. 회견은 2012년 말 아베 2차 내각 출범 이후의 일본 언론계 위기 의식을 상징한다.

책이 나온 직후의 이 상황은 저자가 본 아베 정권과 언론과의 관계와 한 맥락이다. 뉴욕타임스 도쿄특파원·지국장을 10년간 맡다 지난해 퇴임한 저자는 미국 언론의 대표적 일본통으로 아베 정권의 언론 압력을 낱낱이 공개한다. 방송법을 내세워 TV아사히의 메인 뉴스 ‘보도 스테이션’을 압박하고, 과거의 위안부 관련 기사 일부를 철회한 아사히 신문을 공격한 것은 대표적이다.

총리 관저는 TV와 신문을 매일 세밀하게 체크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담당자에 직접 전화를 한다. 핵심 인물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관방 부장관이라고 한다. 채찍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화책도 구사한다. 미디어를 골라 단독 인터뷰에 응해주고 있다. 아베 총리와 언론사 간부와의 저녁 회식도 그 연장선상이다. 아베 2차 내각 들어 2년간 40회 이상 있었다고 한다. 2009~2012년 민주당 정권 당시 3명의 총리가 3년간 11회 가진 것과는 좋은 대조다.

저자는 아베 정권의 언론 전략이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세계를 적과 동지로 구별한 것과 닮았다고 본다. 사이 좋은 언론에는 협력하고 적으로 간주한 미디어의 취재는 응하지도 않고 때리기 일쑤다.


일본 베스트셀러 (2016년 5월22일~5월28일, 정치·사회 분야)

① 일본회의 연구(日本會議の硏究) 스가노 다모츠 지음, 후소샤=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배후에 있는 보수단체 일본회의의 연원과 사람, 지향점을 소개.

② 말해선 안 된다(言ってはいけない) 다치바나 아키라 지음, 신쵸샤=진화론, 유전학, 뇌과학의 견지에서 인기 작가가 밝히는 잔혹한 진실.

③ 중국인의 가치관(中國人の價値觀) 위원리 지음, 니혼쿄호샤=베이징대 교수인 저자가 유교사회의 전통 속에서 자라난 중국인 가치관과 현재의 중국인 가치관과의 관계를 규명.

④ 천재(天才) 이시하라 신타로 지음, 겐토샤=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의 비판의 선봉에 섰던 국수주의자 이시하라 전 도쿄도 지사가 그의 인생 역정을 1인칭 논픽션 소설로 재현.

⑤ 일본회의는 무엇인가(日本會議とは何か) 우에스기 사토시 지음, 고도슈판=아베 정권을 떠받치는 일본회의의 논리, 수법, 정권과의 관계 등을 파헤친 책.

<자료=야에스 북센터(e북 포함)>



오영환 도쿄총국장 oh.yo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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