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펜슬과 연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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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요즈음 사람들은 편리 지향적인 의식구조를 소유하고 있다.
내용은 같아도 ㈎버튼 하나를 덜 누르는 기계가 경쟁에서 이기는 시대이고 편리한 기계가계속해서 나와 우리 실생활에 이용되고 있어 사람들은 점점 게을러져 가고만 있는 것 같다.이러한 예 중의 가장 간단한 예가 바로 샤프 펜슬의 사용이다.
샤프 펜슬은 연필보다 편리성과 경제성에서 우수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자주 깎아서써야 하는 연필과는 달리 버튼만 누르면 심이 나오고 끝이 뭉뚝해질 염려도 없다. 또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1백 원짜리 연필을 사는 것보다 1백 원어치의 샤프심을 사면 그 필기거리도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물질적인 우수성과 편리성 때문에 샤프 펜슬이 연필보다 낫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앞에서 요즈음 사람들은 점점 게을러져 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현대의 바쁜 생활은 자연히 편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창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까지 편리한대로만 생활하게 한다면 자칫 생활이 나태해질 수도 있다.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기초적·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필기도구인데 이것마저 편리성을 따져 샤프 펜슬을 사용하여 자라는 새싹들에게 어려서부터 편리한 ㈐점을 찾는 습관이 들여진다면 사회에 진출해서도 요령주의·형식주의가 생활에 깊이 뿌리박히지 않으리라고그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칼로 연필을 깎는 것도 하나의 교육이다. 우리에게 성실을 가르쳐주는 참된 교육인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충실하고 성실하게 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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