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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번 미국 여객기 납치사건때「레이건」 대통령은 얼마나 마음이 답답했던지 『「람보」를 보내 해결해야겠다』고 농담한 일이 있다.
그때문인지 요즘 미국 신문 잡지에는 근육질의 건장한 상체에 인디언 같은 검은 댕기를 머리에 늘어뜨린채 기관총을 든 전사 「레이건」의 모습이 심심찮게 사진과 만화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사진은 며칠전 우리나라 신문에도 소개되었다.
영화 『람보』의 주인공 람보의 사진에 「레이건」 얼굴을 몽타지한 것인데 최근엔 두사람의 이름을 합성한
「레이건보」(Reaganbo)라는 신조어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그것은 애국주의 행동주의를 의미한다.
이처럼 람보 열풍이 「핵탄두보다 무섭게」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고 매스컴들은 보도한다.
그래서 미국 청소년들 사이엔 람보 메니어(Rnmbo manin=「람보」광)가 만연, 영화속에서 사용된 각종 전쟁용품이 날개돋친듯 팔리고, 심지어 미 육군생이 지원병 모집에 「람보」포스터를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람보 열풍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신문읕 보면 입장권을 사기위한 인파가 새벽4시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하다.
도대체 『람보』는 어떤 영화이기에 이런 법석들인가 한마디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패배」를 경험한 월남전의 치욕을 은막에서 통렬하게 보복, 미 국민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오락영화다.
『전쟁은 최신무기로 하는게 아니라 정신력으로 한다』는 「람보」가 단신으로 공산베트남에 침입, 미국포로들을 구출한다는 내용이다.
거기엔 철제 활에서 전투 헬기까지 동원된다.
「람보」는 「데이비드·모렐」(42) 이라는 대학교수가 쓴 소설 『첫번째 유혈』(First Blood)의 주인공이다.
1947년생. 어린 시절은 알려지지 않았고 10대에 그린베레양성소에 들어가 특수훈련을 받고 월남전에 참가한다.
여러번의 무공을 세우고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 고국에 돌아오지만 이 전쟁영웅을 사회는 오히려 「전쟁광」이라고 냉대한다.
그 분노가 「람보」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 영화의 라스트 신에서 「람보」는 말한다.
『우리는 조국을 사랑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한 만큼 조국도 우리를 사랑해 달라』고-.
영웅 숭배론자인 「칼라일」은 영웅의 속성을 절대성·신화성·영원성·계시성·초인성·원내성·성실성·지배성의 8가지로 꼽았다.
그러나 오늘날엔 이와같은 고전적 유형을 거부한다.
차라리「람보」같은 대중적 영웅(pop hero)을 원한다.
이 영화는 평범한 오락영화에 불과하지만 「조국을 마음껏 사랑하는 현대의 영웅」을 그리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애국심과 영웅이 필요한 때다.
영화속에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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