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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파일] 필리핀 한인선교사 집에 침입해 둔기로 살해한 용의자 검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필리핀 빈민가에서 선교활동을 해온 한인선교사를 피살한 범인이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습니다. 경찰청은 “필리핀 경찰이 한인 선교사 심모(57)씨 살해 용의자 E(25)씨를 지난 27일 오후 3시(현지시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선교사로 2000년부터 필리핀 빈민가에서 선교활동을 해왔던 심씨는 지난 20일 오전 4시30분쯤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부 따이따이시 소재 자신의 집에서 괴한이 휘두른 둔기를 맞고 사망했습니다. 올 들어 세 번째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피살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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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검거된 한인 선교사 살해 용의자 E씨

경찰청은 사건 발생 직후 현지에 공조수사팀을 급파했습니다. 폐쇄회로(CC)TV 전문가,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 현장감식 전문가 등 3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필리핀에 현재 파견 중인 ‘코리안데스크’와 공조해 심씨 집 인근 CCTV를 전수조사했습니다. 이틀간 반경 1㎞내의 건물 9곳을 이 잡듯이 뒤진 끝에 현장이 찍힌 3개의 CCTV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수사팀은 CCTV의 화질을 보정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 묻은 티셔츠가 등장하는 화면을 발견했습니다. 수사팀 관계자는 “CCTV에서 해당 티셔츠를 입은 필리핀인이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인근 거주자일 가능성을 필리핀 경찰에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범행 현장에서 14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범행시간 1시간 30분 전에 해당 옷을 입은 필리핀인이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던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습니다. 또 심씨의 집에서 노트북가방,USB 등이 사라진 점을 감안해 강도일 가능성도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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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씨 집에서 발견된 용의자가 입었던 피묻은 티셔츠

필리핀 경찰은 한국 공조수사팀의 조언대로 용의자를 인근 거주자 및 강도범죄자로 추렸습니다. 이후 인근에서 별건 강도로 잡혀온 현행범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추궁했고 해당 강도범은 자신의 친구를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친구는 자신의 동생 E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결국 필리핀경찰은 심씨 집에서 250m 떨어진 거리에 사는 E를 검거한 뒤 E씨 지인의 집에서 심씨 소유였던 노트북가방과 USB등을 확보했습니다. 증거품을 들이대자 E는 “술에 취해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심씨가 소리를 지르자 놀라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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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찍힌 용의자의 티셔츠입은 남자의 모습

필리핀경찰은 E가 술에 취해 자다가 놀라서 저지른 우발적 살인이라고 자백했지만 강도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E씨의 집 1층은 주거지 2층은 교회로 사용하는 터라 보안이 철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를 알게 된 E가 심씨 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과정에서 발각되자 주변에 있던 삽과 11㎏의 가스통으로 심씨를 가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인 수는 3명입니다. 한국 경찰은 지난해 12월 필리핀에 거주하던 조모(57)씨 살인된 사건부터 필리핀에서 한인 피살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매번 공조수사팀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박모(68)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에서도 사건 발생 나흘 만에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기여했습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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