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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로봇…구글, 도요타에 파는 까닭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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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그의 초기모델인 거대한 4족 로봇 ‘LS3’. [사진 보스턴다이내믹스]

자동차 메이커인 일본 도요타가 미국 구글의 로봇개발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인간보다 빠르고 힘센 로봇
구글의 로봇 철학과 안 맞아
도요타, 로봇분야 투자 늘려
자율주행차·AI와 시너지 노려

28일(현지 시간) 테크인사이더·비즈니스인사이더 등 해외 정보기술(IT) 매체들은 도요타의 실리콘밸리 연구소인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RI)’와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 간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매각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보도했다. TRI는 도요타가 자율주행차와 AI·로보틱스(로봇공학) 등을 연구하기 위해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 팔로앨토에 설립한 연구소다. 도요타가 2족·4족 보행 로봇을 다수 개발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손에 넣을 경우 도요타의 자율주행차·로봇·인공지능(AI) 연구 개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테크인사이더는 “구글과 TRI의 계약이 ‘거의 성사단계(the ink is nearly dry)’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매각설은 지난 3월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 2013년 구글이 100% 자회사로 이 회사를 인수한 지 3년 만이다. 외신을 종합해 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구글의 시너지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의 공동창업자였던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이끌다가 2014년 구글을 떠나면서 갈등이 심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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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진짜 동물·사람처럼 움직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육상 100m 세계 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리는 로봇 ‘치타’. [사진 보스턴다이내믹스]

특히 로봇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달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거친 야외 환경에서도 인간보다 더 잘 뛰고 잘 버티는 기동성과 스피드가 좋은 로봇을 주로 개발했다. 100m 육상 챔피언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리는 로봇 ‘치타’, 사람이 발로 차도 넘어지지 않는 균형감각을 자랑하는 로봇 ‘빅도그’ 같은 4족(발이 네개) 로봇은 물론, 인간같이 2족 보행을 하는 ‘아틸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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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진짜 동물·사람처럼 움직인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 보행 로봇 ‘아틀라스’(左), 눈밭처럼 거친 야외에서도 잘 달려 미군이 실전 배치까지 검토했던 짐꾼 로봇 ‘빅 도그’(右). [사진 보스턴다이내믹스]

하지만 구글은 이 로봇들이 10년 내에 상업용 제품으로 출시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전직 직원은 “구글이 지난해부터 우리에게 집이나 사무실에서 인간을 보조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를 원했다”고 테크인사이드에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자동차 1위(2015년 판매 대수 기준)인 도요타는 혼다와 함께 2000년대 초반부터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바이올린 연주 로봇이나 서비스로봇, 우주비행사 로봇(키로보) 등을 개발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자율주행차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더니 두 달 후 다시 10억 달러로 투자 규모를 늘렸다.

아키오 도요다 CEO는 지난해 11월 “2016년 1월 미국 스탠포드대와 메사추세추주립대(MIT)에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RI)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인재 영입과 연구개발에 쓰겠다”고 밝혔다.

실제 올 1월 두 곳에 TRI가 문을 열었고 올 6월엔 미시건대학에도 세번째 TRI가 문을 연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출신인 길 프랫 박사가 CEO로 영입됐고 구글에서 로봇팀을 이끌던 제임스 커프너 등 로봇 전문가들도 TRI에 합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도요타 손에 들어갈 경우, 도요타의 자율 주행차와 협업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야외 환경에 강하고, 주변 환경 변화나 미는 힘에 대한 반응 속도가 인간 이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길 프랫 도요타 TRI CEO는 “노인을 돕는 로봇, 사고 안 내는 자동차,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운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AI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간의 100m 육상 세계 신기록(우사인 볼트)보다 더 빠른 로봇 [영상=유튜브]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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