堂堂 -당당-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1호 29면

바르고 곧아 의젓하며 멋까지 풍기는 사람을 일컬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옛 건축을 이루는 여러 부분 가운데 ‘당(堂)’은 단연 돋보인다. 집의 핵심을 이룸과 동시에 내부의 요소가 밖의 그것과 어울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집 건축의 가장 중심에 있는 룸이라고 해서 정방(正房)으로도 부른다. 한옥에서는 양 옆의 방 가운데 놓은 대청(大廳)을 이 글자로도 적는다. 매우 크면서 멋진 건축물 자체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글자를 두 개 이으면 그렇게 의젓하며 품격 있는 모습, 즉 당당(堂堂)이다. 정정당당(正正堂堂)도 떠올리면 좋다.


원래는 앞이 높고 뒤가 낮은 수레를 가리켰던 ‘헌(軒)’도 건축물의 일부, 또는 집채 모양새를 형용할 때 등장하는 글자다. 우선은 집의 추녀, 그 다음에는 우람한 건축물, 다시 높고 기세가 좋은 모습 등을 고루 가리킨다. 풍채가 뛰어난 남성에서 헌헌장부(軒軒丈夫)라고 일컫는 이유다. 헌등(軒燈)은 높은 추녀에 매다는 등을 이른다. 옛 관아의 핵심 집무실이 있는 곳을 동헌(東軒)이라고 불렀던 점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헌거(軒擧)라고 적으면 풍채도 좋으면서 의젓하고 당당한 몸짓이다. 헌연(軒然)이라고 하면 높고 큰 모습이다.


이런 건축물이 당당하며 헌헌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곧고 바른 건축의 토대가 그를 이루는 핵심일 텐데, 집의 가장자리가 그렇다. 이를 가리키는 글자는 ‘렴(廉)’이다. 건축의 측변(側邊)이다. 이 선이 곧아야 건축이 제대로 선다. 이 측변이 합쳐지는 구석은 ‘우(隅)’다. 역시 곧은 선이 모여든다. 옛 건축에서 매우 중시할 수밖에 없었던 요소다. 그래서 염우(廉隅)라는 말이 나왔다. 건축 용어였으나, 옳고 바른 사람의 성품을 가리킬 때의 낱말로도 자리를 잡았다. 염결(廉潔), 염명(廉明), 염정(廉正) 등의 단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와 가장 친숙한 단어는 청렴(淸廉)이다. 맑고 곧은 사람을 일컫는 낱말이다.


부정과 비리에 얽혀 사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엘리트들을 보면서 떠올린 한자들이다. 한 때 잘 나갔던 명문대 출신의 전·현직 검사와 판사들이다. 이들은 돈의 유혹에 빠져 제 본분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다. 사람이 당당하고 헌헌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 청렴이라는 점을 다시 새겨본다.


유광종뉴스웍스 콘텐츠연구소장ykj3353@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