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최희섭 '스타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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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보다 많은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다. 그러나 전반기를 마감하면서 한쪽에는 눈물이, 한쪽에는 영광의 햇살이 비쳤다.

맏형격인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의 부진과 루키 서재응(뉴욕 메츠)과 최희섭(시카고 컵스)의 도약은 국내 야구팬들에게 아쉬움과 기쁨을 동시에 전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메이저리그의 금언처럼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전반기 활동상을 이들의 이니셜을 따서 되돌아 본다.

▶Parked Express(멈춰선 특급)=박찬호의 올시즌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두번이나 부상자 명단(DL)에 오르며 전반기 일곱경기에 출전, 고작 1승3패(방어율 7.58)를 기록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성장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최근에는 허리근육 파열 판정을 받았다. 다음달 초까지 재활 프로그램을 받게 되지만 사실상 후반기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던 박찬호로서는 오랜, 그리고 강요된 휴식이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기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그의 선수 생명과도 연관된 중요한 문제다.

▶King of the hill(마운드의 제왕)=보스턴 레드삭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김병현을 '마운드의 제왕'이라고 호칭하는 기사가 떴다. 빅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을 맞아서도 전혀 겁먹지 않는 그만의 배짱과 카리스마에 감독도, 동료도, 팬들도 반했다.

애리조나에서는 고의사구를 지시하는 감독과 의견이 충돌, 여론으로부터 '왕따'를 당했으나 레드삭스에서는 오히려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궁합이 맞는 것이다. 김병현도 "내가 팀을 위해 뭔가를 해놓은 뒤 목소리를 내겠다"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urprise(놀랍다, 서재응)=시범경기 때 빅리그 진입을 놓고 가슴 졸였던 신인이라고 누가 그랬나. 서재응은 6월 말 메츠 선발에 합류한 애런 해일만을 제외하면 팀내 선발투수 중 방어율 1위다.

후반기에는 제2선발로 위상도 강화됐다. 서재응은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19일(한국시간) 오전 8시35분 애틀랜타전에 선발 등판한다.

▶Baby starter(내일의 선발)=봉중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구원투수로 뛰면서도 시즌 6승을 챙겼다. 한국인 빅리거 투수 중 최다승이다. 송곳 같은 제구력과 좋은 성격으로 팀내 신망 또한 두텁다.

시즌 초반 10경기 무실점 행진에 이어 최근 다시 네경기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다. '투수 왕국' 브레이브스에서도 미래의 주전투수로 손꼽힌다. 스스로도 와인드업 모션을 연습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Choice(컵스의 선택)=머리를 땅에 찧으면서도 공을 놓지 않는 최희섭의 투혼은 온 미국을 감동시켰다. 더스티 베이커 컵스 감독은 지난 1일(한국시간) 부상 후 23일 만에 복귀한 최희섭을 선발 1루수로 '선택'했다.

14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아직 부상 공백을 벗어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변화구 공략이 후반기 최대 과제로 꼽힌다.

◇마이너리거

'서니'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에겐 먹구름이 가득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네번 등판해 1패, 방어율 8.36이다. 투구 폼이 흔들렸고 제구도 안됐다.

여기에 "루키 리그나 가라"는 프랭크 로빈슨 감독의 악담에 마음의 상처도 입었다. 결국 다시 마이너리그로 떨어진 김선우에겐 트레이드나 방출 등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송승준(몬트리올 엑스포스)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유망주로 꼽혀 각팀의 트레이드 표적이 될 정도다. 14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이르면 9월 중 메이저리그로 승격할 가능성이 크다.

올 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았던 추신수(시애틀 매리너스)는 싱글 A에서 타율 0.292, 홈런 8개로 분전하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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