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두고보자", 오세훈 "기대된다" 잠룡들의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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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26일 “총장 재임 기간에는 그 정도로 밖에 말할 수가 없을 거다. (두고) 봅시다”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데 대한 반응을 묻자 한 대답이었다.

김 전 대표는 총선 전인 지난 3월 관훈토론회에서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생각이 있다면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히 선언하고 활동하기 바란다”며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면 환영한다. 대신 민주적 절차에 의해 후보에 도전하셔야 한다”고 말했었다.

반 총장의 발언으로 침체돼 있던 새누리당에 미묘한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잠룡군은 오히려 "환영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잠재 라이벌이지만 일단 판을 키우는 발언이라는 점에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반 총장은 국제적 경륜이 있고 두루 덕망이 높으신 걸로 알고 있다. 기대가 된다”고 평했다.

반면 김 전 대표가 관훈토론 당시 얘기한 ‘경선 참여’에 관해선 “노코멘트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25~26일 제주포럼장에서 반 총장과 대면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 지도자가 되신 분이니 만일 대선에 출마하신다면 반드시 당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여야를 떠나 대선 후보는 풍부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최근 발매된 월간중앙 인터뷰에선 반 총장에 대해 "대통령은 맨발 벗고 작두를 타는 자리인데 감내할 수 있을까"라고 말한 일이 있다.

여권의 대선주자군과 달리 주변 인사들은 견제 쪽에 더 솔직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영우 의원은 “특정 계파의 도움만 받아서 나오면 필패한다고 본다”며 “지금 혁신이 중요한데 반 총장이 당 쇄신의 대체재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친박계의 지원만 의식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중인 정우택 의원은 “지금 당의 상황이 꽃가마를 태워주거나 무임승차 하거나가 안 된다”며 “혼자 가면 외로우니 함께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아직 노골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견제와 비판을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앞으로 반기문 목장의 혈투가 벌어질 것"이라며 여권 내 싸움을 부추겼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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