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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최대 670마력 … 날렵한 빨간 경주마의 질주 일반 드라이버도 쉽게 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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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488 GTB는 최고 출력 670마력으로 시속 300㎞이상을 넘나드는 수퍼카다. [사진 FMK]

‘페라리 488 GTB’ 실물을 처음 본 건 기함인 ‘F12 베를리네타’ 시승을 하러 갔을 때였다. F12가 야생마 같은 근육질로 압도한다면, 488 GTB는 세련되고 날렵한 경주마 느낌이 강했다. 넓고 낮게 깔린 차체와 솟아 오른 휀더, 짧은 앞 오버행과 엔진을 머금은 긴 C필러가 페라리 만의 선을 그려내면서 한눈에 봐도 ‘수퍼카 혈통’이 물씬하다.

타봤습니다 페라리 488 GTB

488 GTB는 8기통(3902㏄)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670마력/8000rpm과 최대 토크 77.5㎏·m/3000rpm을 내뿜는 강력한 심장을 가졌다. 488은 실린더 1개의 배기량(488㏄)을 뜻하고, GTB는 그란 투리스모 베를리네타(Gran Turismo Berlinetta: GTB)의 약자다. 베를리네타는 쿠페라는 뜻이다.

보통 힘이 400~600마력 대에 이르면 다루기 힘든 고성능 차들도 많다. 급가속 때면 뒤가 흔들려 심장 박동수도 더불어 높아진다. 페라리 화보 설명서를 보니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운전자들도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차’로 규정해 놓았다. 최근 실제로 올라타 본 488GTB는 설명 그대로였다.

측면·후면·하부 곳곳에 공들인 ‘공기역학’ 설계 덕분에 단단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회전 구간에서도 불안하지 않았다. 주행안전 장치·차체제어 시스템·액티브댐퍼 제어 같은 장치를 통해 복잡한 조작 속에서도 안정적 주행감을 구사했다. 패들 시프트를 당기는 기어 변속의 묘미도 즐겁다. 6000rpm을 넘으면 운전대 상단에 설치된 ‘빨간색 표시등’이 들어온다. 변속의 최적 타이밍을 알려준다. AMG 차량처럼 운전석 앞 유리창에 헤드업디스플레이로 속도·기어단수를 표시하는 방식도 있지만 페라리의 깜빡이는 불빛이 더욱 직관적이다.

고성능 수퍼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배기음이다. 재규어 F타입의 울부짖는 듯 날카로운 음색, 마세라티의 현악기를 켜는 듯한 세련된 울림, 아우디 RS7 플러스의 펑펑 터지는 후련함 같은 소리가 그렇다. 488GTB는 확장성이 더 큰 느낌이다. 메아리치듯 소리 파장이 퍼지면서 울린다고 할까.

운전대를 잡은 동안 다른 차들이 추월은커녕 옆과 뒤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488GTB를 바라보면서 따라왔다. 빨간색 페라리가 누리는 우월한 존재감이다.

이 차를 주문하면 이탈리아 마라넬로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4~6개월이 걸린다. 한국에 도착하려면 최대 1년이다. 시승차를 되돌려 주는데 전시장 한 쪽에 빨간 천을 두른 페라리가 한 대 놓여 있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막 도착한 녀석이라고 했다. 특별한 선물을 준다는 느낌에서 이런 준비를 한다고 했다. 누구라도 그 주인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 기특한 488GTB의 기본 가격은 3억4000만원부터 시작한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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