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세계 최대 인력소개소. 폴란드서만 연 2조원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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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세계 최대의 인력소개소’라는 소문을 입증하는 문건이 공개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바이스는 단독 입수한 폴란드국립노동조사국(PIP) 내부 문건을 인용해 ‘김정은을 위한 현금: 북한인들은 어떻게 유럽에서 죽을 만큼 일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2010~2016년 폴란드에서만 14개 회사가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이 최대 19억 달러(2조2658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담겨있다. 바이스는 “북한군 고위 인사가 폴란드 현지에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막대한 외화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폴란드에 북한 노동자를 공급하는 회사 중엔 유엔 제재대상인 고려능라도총무역회사도 있었다. 북한은 이 회사와 폴란드 회사를 거쳐 조선소 아르멕스와 알손, 건설사 아탈 등에 북한 노동자들을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 11~12시간씩 일하면서 유럽노동자들에 비해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해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동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교수는 바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3년 동안 수출을 많이 하지 못한 북한이 외화를 벌기 위해 노동자를 유럽을 포함해 중국·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보내고 있다. 북한 노동자 한 명당 최대 3만5000달러(4162만원)의 연 수입을 얻는다”고 말했다.

브뢰커 교수는 “하지만 실제로 북한 노동자들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한 달에 80~110달러(9만~1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건 유럽연합의 법과 국제조약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세계 최대 직업소개소다. 북한 권력층은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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