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가이드라인 내달 시행…그래도 못 지우는 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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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이른바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만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흑역사’는 남을 것으로 보인다.

6월부터 적용될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포털 등 서비스 사업자는 작성자 본인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할 경우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열람 금지)’ 처리를 할 수 있다.

법적 강제성은 없는 가이드라인이지만 회원 탈퇴 등의 이유로 지우지 못했던 기록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IT 업계는 탈퇴한 ID만으로는 게시물 작성자를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법령상 온라인 사업자는 사용자의 탈퇴와 동시에 저장하던 개인 정보를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퇴한 사용자가 신분증을 제시한다고 해도 해당 ID가 본인이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

결국 온라인 사업자가 삭제 요청 권한이 있는 작성자를 확인할 수단은 게시물의 내용 뿐이다. 게시물 내에 본인의 사진, 출신학교, 가족관계 등이 언급돼 있으면 이에 맞는 서류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이 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지우고 싶어하는 게시물은 대부분 익명으로 작성된 비방글이거나 다른 곳의 글ㆍ사진 등을 그대로 퍼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글의 본문에 작성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잊힐 권리의 남용과 인터넷 검열 등을 우려해 개인 식별 내용이 없는 게시물은 블라인드 처리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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