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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남녀 ‘복면미팅’ 주선…중매쟁이 자처한 영광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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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20일 전남 영광군 묘량면 한 농원 잔디밭. 재킷에 구두, 블라우스에 치마 등 말끔한 차림을 한 20~30대 남녀 15명씩, 30명이 서로를 마주보고 섰다. 상대가 얼굴을 보고 선입견을 갖는 것을 막기 위해 저마다의 얼굴에는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영광군이 마련한 미혼 남녀 만남 행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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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전남 영광군이 주최한 미혼 남녀 만남 행사. [사진 영광군]

참가자들은 사회자인 김종현(38)·정서현(30·여)씨가 이름과 직업 등을 소개하자 차례로 가면을 벗었다. 남자가 가면을 벗으면 상대 여자들이, 여자가 가면을 벗으면 남자들이 박수를 치며 반겼다. 이어 고모(32)씨 등 남성들은 박모(28·여)씨 등 여자들이 한 명씩 앉아있는 15개 테이블을 차례로 돌며 자기 소개를 한 뒤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2회째 미혼 남녀 만남의 장
해남서도 1박2일 짝지어주기 행사
결혼 늘려 출산율 끌어올리기 목표
지역 정착 인구 수 늘리는 효과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사회자는 임시로 15쌍을 만들고는 남녀가 함께 스테이크를 먹도록 유도했다. 오후에는 서로 손을 잡고 진행하는 보물찾기 등 이벤트가 이어졌다. 마지막 공개 프러포즈 시간이 되자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다가가 빨간색 장미꽃을 건넸다. 여자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 경우 분홍색 장미꽃을 선물했다. 이렇게 해서 8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결혼 적령기인 미혼 남녀들에 대한 짝 지어주기에 나섰다. 고령화 현상과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로 인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 1.60명, 2014년 1.6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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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에 참가한 남녀 30명이 가면을 쓴 상대방의 이름과 나이·취미·특기 등을 듣고 있다. [사진 영광군]

영광군은 지난해 6월에 이어 올해 2회째 미혼 남녀 만남 행사를 개최했다. 한빛원전·영광군청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지역 업체 직원들이 참여했다. 지난해 남녀 13명이 참여했던 행사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 예산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2014년 합계출산율이 2.43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위를 차지한 해남군도 지난해 11월 남녀 40명을 대상으로 1박2일간 짝 지어주기 행사를 했다. 처음 만난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긴장을 풀고 이벤트에 참가하며 점차 가까워졌다. 그 결과 6쌍의 커플이 생겼다. 몇몇 커플 사이에서는 결혼 얘기까지 오간다고 한다.

교육청·지역업체 등도 소속 기관이나 기업의 미혼 남녀를 이어주는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전남도교육청·한전·한국농어촌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의 결혼으로 지역 정착을 유도함으로써 타 지역이나 기업으로의 이탈을 막고 출산율까지 올리는 효과가 크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주선하는 미혼 남녀 만남 행사의 가장 큰 장점은 참가자에 대한 검증이다. 지자체가 지원서를 접수한 뒤 참가 남녀를 정하기 때문에 민간 업체가 주도하는 행사보다 참가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또 같은 지역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녀가 만나면서 공감대 형성이 쉽고 자연스럽게 커플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젊은이들이 이성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며 “행사 규모를 점차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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