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입장 선회…경제의 어려움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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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정적 호황국면」을 계속 주장, 경기부양은 필요없다고 누차 주장해오던 정부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한 것은 올 들어 수출부진이 심각한 상태에 빠져있고 계속 경제가 어렵다는 것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업계는 기회있을 때마다 경기부양을 주장해왔고 몇달전 재계원로들이 고위층과의 면담을 통해서도 경기부진에 따른 기업경영의 어려움과 이에 따른 설비투자의 위축등을 설명하고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역설키도 했다.
그후 사공일 청와대 경제수석이 업계대표들을 만나 업계의 어려운 사정과 이를 극복키 위한 대책 등을 논의했다.
2·4분기 들어 회복되리라던 수출이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내수경기도 계속 위축되는 현상을 보이자 신병현부총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당초 올해목표로 잡았던 7.5% 경제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처음 시인하고 나섰다.
최근 경제기획원·재무부·청와대경제팀 등이 모여 경기부양대책마련에 들어갔고 이번주에 민정당과의 당정협의회를 거쳐 하반기정제대책을 내놓게 된 것이다.
○…정기부양책이 발표된 13일 증시는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강세를 보였다.
한달여전 발표된 「증시활성화대책」 이후 반짝 오름세를 보이던 증시는 그동안 경기에 대한 불안, 정국불안정 등에 따라 계속 약세를 면치 못해왔는데 이번의 경기부양조치가 주가부양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
이날 증시는 주말로서는 많은 1천17만주의 거래량을 보이면서 종합주가지수도 하루사이 0.89포인트 오른 1백%36.59를 기록.
대부분의 업종이 오름세를 보였는데 특히 무역 화학기계업종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수출부진타개책을 싸들고 경제기획원·재무부 등을 뛰어다니던 상공부는 수출지원에 초점을맞춘 정부의 경기활성화방안이 발표되자 안도하는 분위기.
이제까지 다른 부처가 수출을 중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수출이 저절로 되는 것처럼 관심이 소홀하여 상공부는 서운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수출증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자 상공부는 이제 하반기수출은 해볼만한 게임으로 여기기도.
한편 이번 작업과정에 환율의 추가적 실세화와 수출에 관한한 대기업 여신관리를 완화하는 방침도 부처간에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대외적인 고려때문에 겉으로 떠들지 않고 조용히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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