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에 대한 능동적 의사 표현|새 스타일로 바뀌는 국무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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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국무회의운영방식을 대폭 변경해 국정의 주요현안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적극 대처,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국무회의가 명실공히 국정심의의 중추기능을 발휘토록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종래의 국무회의가 요식적으로 의안처리나 하고 의전적으로만 운영돼온 것을 전국무위원이 국정의 사소한 일까지도 상호연대의식을 갖고 적극 대응함으로써 확고한 책임정치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같은 조치는 2·12총선이후의 정국동향과 최근의 학원· 노동사태 등에 대비해 국정분위기를 쇄신하고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능동적 대처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년하반기, 나아가 집권후반기의 정부시책을 보다 안정적으로 밀도 있게 뒷받침해나가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노신영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상반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지금까지 국무회의가 안건설명과 이의여부만을 묻고 통과하는 형식적인 회의운영이 되어왔다』고 지적, 국무위원들의 연대의식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 노 총리는 대우어패럴근로자 농성사건, 하곡가 결정과정, 한은특융등을 예로 들면서 『이에 관련 없는 타 부처에서 신문을 보고 사건의 배경을 알아서야 되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요컨대 국무위원들이 자기소관사항만 챙기고 국가적·정부적 차원의 문제가 나와도 자기소관이 아니면 남의 일 보듯 방관하는 자세를 은연중 지적한 것이며, 중요문제에 대해서는 소관사항이 아니라도 활발히 토론, 중지를 모아 내각전체가 공동대처하자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학원·노사문제와 야당 및 장외세력의 대정부공세에는 공동운명체정신으로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국무회의는 행정차원의 요식기능에서 탈피, 정치레벨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문제가 국무회의 밖에서 결정되는 것을 지양하고 이 회의에서 모든 문제를 검토, 처리방침을 확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 차관등의 대리참석을 금하며 장관의 일정은 국무회의시간과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충분한 토론을 위해 개의시간을 종전 상오11시에서 하오4시로 옮겼다.
또 관계법령에 국무회의 의결 또는 접수사항으로 규정된 의안 외에 ▲당면주요현안 ▲중요역점사업추진상황 ▲대국민 홍보사항▲국내외 중요정보 및 사건도 보고토록 했다.
이런 노총리 의지의 배경에는 고위층의 독려도 뒷받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총리는 지난달 말「비에이라」기니비사우대통령 환송식이 끝난후 고위층과 코피타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3일에는 청와대를 다녀왔다.
이 자리에서 노 총리는 국정운용 방식에 대한 건의를 했으며 독려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국무회의의 활성화는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무위원들이 타부처소관 중요정책을 사석에서 은근히 비판하는 사례까지 없지 않았던 등의 일을 생각한다면 국정을 활발히 토론해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문제점의 사전방지, 국민여론의 정책반영증진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무회의의 활성화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30명이나 참석하는 회의에서 보고하기 어려운 사항도 있을 수 있고 국정의 최고책임자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을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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