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플랜트 인재 육성 위해 'VR에듀'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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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플랜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는 이달 말 가상현실 플랜트교육관을 개관하고 국내 플랜트 관련 인력을 상대로 교육을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EDRC는 국내에 부족한 고급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2014년 6월에 설립된 기관이다.

EDRC 내부에 만들어진 가상현실 플랜트 교육관에는 실제 정유화학 공장, 발전소와 같은 3D 플랜트가 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아이심(EYESIM), 미국 허니웰의 ’OTS‘ 등으로 만든 가상 현실이다. 교육생은 3D·VR(가상현실)고글을 쓰고 실제 자신이 운전하게 될 공장을 돌아다니며 구조를 익히고 기기를 조작해볼 수 있다.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피하는 법, 기름이 새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때 해결도 시뮬레이션으로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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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에 있는 가상현실 플랜트 교육관. 3D안경을 쓰고 실제 공장과 유사한 모형 공장에서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다. [사진 EDRC]

가상현실 플랜트 교육관 개관을 가장 반갑게 여기는 건 중소기업의 엔지니어와 오퍼레이터(운전자)들이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곳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어서다. 삼성엔지니어링 김진석 책임 등은 지난해 8월 시범운영 중이던 교육관을 찾아 고객사인 여천NCC의 오퍼레이션 엔지니어 10여명을 교육했다. 김 책임은 “커스터마이즈 프로세서 시뮬레이션을 이용하면 오퍼레이션 엔지니어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직접 개발할 수 있고, 각 공장의 에너지나 운전 관점에서의 최적 프로세스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엔지니어링은 이번달에도 일주일간 가상현실 플랜트 교육관에서 고객사를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플랜트 엔지니어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교육관은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이용석(27ㆍ박사과정) 연구원은 ”플랜트 운영 과정을 설계할 때 VR·3D로 시뮬레이션 하면 운영 효율성, 문제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주기적으로 교육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EDRC가 일반 대학과 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고가의 3D, VR시뮬레이션 장비를 도입한 것은 플랜트 엔지니어링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설계ㆍ조달ㆍ시공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왔으나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역량은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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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에 있는 가상현실 플랜트 교육관. 3D안경을 쓰고 실제 공장과 유사한 모형 공장에서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다. [사진 EDRC]

한종훈 EDRC 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수주했지만 플랜트 상부구조를 설계하는 기술이 부족해 해외 기업에 다시 하청을 주는 상황”이라며 ”국내 주요3사의 해양플랜트 사업이 지난해 평균 -35.7%의 이익률을 보일때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플랜트 기업은 11%의 이익률을 달성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센터장은 “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반을 이해하는 인재를 키워야 국내 기업이 일어설 수 있다”며 “가상현실 플랜트 교육관이 그 도구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채윤경ㆍ백수진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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