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두달째…眞露의 진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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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감원과 인사개편이 본격화하는 것 아닙니까."(진로 노조위원장)

"감원 없이 자체 회생을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진로의 자체 회생을 구호로는 외칠 수 있지만 목표로 정하지는 맙시다."(진로 한 고위 임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양재동 진로 본사. 14일로 법정관리 두달째를 맞은 진로의 분위기는 조심스럽고 무거웠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5백93억원으로 목표치(5백억원)를 상회했지만 법정관리로 불확실해진 미래에 대한 불안이 회사 곳곳에서 느껴졌다. 국내 소주시장에서 80년 동안 절대강자였던 진로의 현주소다.

◇자체 회생에 무게 싣는 진로=업계에선 진로의 회생방향을 두가지로 전망한다. 자체 회생안과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생안이다. 최근에 자체 회생안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원 법정관리인이 지난 11일 "채권 부담이 덜어진다면 자체 회생도 가능하다"며 "회사정리 계획이 확정되면 현재 답보 상태에 있는 외자유치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최대 채권자인 골드먼 삭스의 인사들과 만났다. 장진호 전 회장 등 구(舊) 경영진과는 관계가 불편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신뢰가 싹 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로의 자체 회생을 위해선 채권자들의 양해가 우선돼야 하는 만큼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M&A를 통해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 채권자의 태도나 경영 실적 등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 절차에 따를 경우 내년 4, 5월께 진로의 앞길이 결정된다. 채권조사, 정리계획안 확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다.

진로 노조는 법정관리 반대를 지지하는 시민 1백만명의 서명을 받아 14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다.

◇앞으로의 과제=진로의 자체 회생안이 부각되면서 최대 채권자인 골드먼 삭스가 긴장하고 있다.

일단 투자금의 조기 회수가 어렵게 되고, 진로가 일본 소주시장에서 상표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일본 법인에서의 채권 회수도 쉽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골드먼 삭스가 최근 진로와 관계 개선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영진과 노조가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 회사 정리절차가 시작되면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진로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는 회사를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본사는 물론 해외 법인을 잃지 않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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