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동난 35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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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대화의 진행속에 「6·25」35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통일의 전망은 아직도 요원하다. 남북의 긴장과 전쟁재발의 가능성도 그대로다. 1천만 이산가족의 아픔도 미결로 남아있다.
총성이 멎은지 30여년이 지났건만 제대로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는것이다.
이땅에서 3년간의 국제적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1백여만명의 인명피해와 50%이상의 산업시설이 파괴되는 손실을 냈다.
그러나 우리가 6·25의 교훈을 살려 전쟁재발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그 비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남북 양측은 1백5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연간 1백억달러를 군사비로 쓰고있다.
온 세계가 근대화건설에 피나는 경쟁을 별이고 있는 이때 이 얼마나 헛된 민족에너지의 낭비인가.
인구구조도 크게 바뀌어 전쟁세대는 인구의 30%밖에 안된다. 70% 이상이 6·25이후에 태어난 전후세대다. 북한도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따라서 6·25비극의 교훈은 경험적 전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체계적·이논적연구와교육이절실해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그런 학문적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외국보다도 뒤져있는 상태다.
영국의 경우는 한국전쟁을 주제로한 세미나가 연례행사로 열리고있다.
미국에선 6·25비밀문서가 공개되기 전인 67년도 이전에 이미 1만여편의 한국전쟁관계 논문이 발표됐다는 통계가 있다.
6·25에 참전했고 소련과 접경한 터키의 경우도 대학국제정치교과서의 한 장을 할애하여 한국전쟁을 다루고 있다.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 일부 학자들간에 연구가 진행되고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상태는 못된다.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을 대상으로 벌어진 6·25동란은 역사적측면, 국제정치적 관계, 군사적 관점, 이데올로기적 측면등에서 우리들 자신에 의해 철저히 연구되고전수돼야 한다.
지금 남북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북한을 경계하지 않을수는 없다. 그들의 군사적인 동태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70년대초의 남북대화 기간에 그들은 땅굴을 팠고 20만명의 병력을 증강시켰다. 최근에 후방부대를 휴전선 근방으로 남하시켰다.
6·25는 평양에 의한 무력통일의 시도로 발발된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지없이 실패했다. 그런 망상이 청산되지 않는한 분단문제의 평화적해결은 기대할수 없을것이다.
민족을 계급으로 분할하여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타도, 절멸시키려는 반민족적망상은 철저히 근절돼야한다.
이땅은 우리민족의 공동의 삶의터전이지 결코 작전의 무대가 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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