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 수트. 영화 속 과학의 결정체로 꼽힙니다. 사람이 입고 조작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형태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아이언 맨’ 수트를 입고 두 팔로 자동차를 번쩍 들어올린다?
조만간 이런 일이 국내에서 가능할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웨어러블(wearableㆍ착용가능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11일 자사 블로그(blog.hyundai.co.kr)에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 실물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차가 공개한 웨어러블 로봇입니다. 로봇 어깨와 팔ㆍ다리에 달린 띠를 매고 ‘입을’ 수 있는 형태입니다. 공상과학소설(SF)에 등장하는 멋진 로봇의 모습은 아니지만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입니다. 현대차는 근력을 20배 늘려주는 유압식 착용 로봇, 간단한 장비만 착용하면 힘을 8배까지 증강시키는 전기식 착용 로봇 등 다양한 종류의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 중입니다.
현대차 중앙연구소 웨어러블 로봇 연구진의 모습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 뿐 아니라 현대모비스ㆍ현대로템ㆍ현대위아 같은 핵심 계열사 연구 인력을 대거 투입해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채 무거운 지하철 문을 들고 작업하는 모습입니다. 현대차는 이 로봇이 무거운 물체를 옮겨야 하는 작업장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작은 힘으로 허리ㆍ무릎 등에 무리를 주지 않고도 작업할 수 있습니다. 수백 ㎏에 달하는 물체를 옮겨야 하는 열차ㆍ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로봇은 국방용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50㎏에 이르는 군장을 지고도 평지ㆍ계단ㆍ경사면을 걷고 수직 장애물이나 참호를 시속 6㎞ 이상 속도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같은 교통 약자의 이동에도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부상자의 재활 치료용으로도 가능합니다.
현대차그룹은 궁극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미래 이동수단(모빌리티) 연구에 활용한다고 소개합니다. 현대차 웨어러블 로봇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내셔널인스트루먼트 위크’ 첨단 제조ㆍ제어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이 현실화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로봇은 영화 아이언 맨에서처럼 몸 전체를 덮는 구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안전띠만 매면 쉽게 착용할 수 있는 형태라 더 현실적입니다. 현대차 측은 “상용화를 목표로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 중”이라며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통해 현대차그룹 비전인 ‘사람과 사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구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사진=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