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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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도하신문에 「종속이론」이라는 말이 소개되고 있다. 정치학자들 사이에선 벌써 20년전부터 빛을 보고있는 이론이지만 문외인들에겐 말조차 생소하다.
종속이론을 학술용어로는 「디펜던스(dependence)이론」 또는 「디펜던시 (dependency)이론이라고한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학자들은 미묘한 차이를 둔다.
특히 「제임즈·A·카포라소」같은 정치학자는 「디펜던스」를 「정태적 종속」으로, 「디멘던시」를 「동태적 종속」으로 설명한다.
다른 말로 바꾸면 「디펜던스」는 극도로 불균형한 상호의존성을 가리킨다. A국은 B국에서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않는데, B국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A국에 종속되어 있는 관계. 따라서 「디펜던스」의 반대개념은「인터(inter)디펜던스」(상호의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비해 「디펜던시」는 훨씬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반대개념이 오토너미(autonomy=자율성) 또는 「인디펜던스」(독립) 다. 자율지배(셀프 컨트롤) 라는말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디펜던시」의 구성요소는 ①생산요소들(기술과 자본)이 얼마나 해외에서 공급되고 있는가 ②제한된 발전대안 ③국내적 왜곡수단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종속이론」은 「디펜던시이론」 쪽에더 가깝다.
「종속이론」의 진원지는 두갈래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유엔의 라틴아메리가 경제위원회(ECLA)에서 비롯된 구조주의적 관점, 다른하나는 마르크스-레닌주의적 관점.
후자의 경우는 ECLA가 제시한 라틴 아메리카외 성장모델이 바로 그지역의 저발전을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모티브가 되었다.
「종속이론」의 용어가운데 「주변국」이니 「중심국」이니 하는 말이있다. 「주변국」(periphery)은 「상업화한 자본주의국가」나 「산업화한 사회주의국가」가 아닌 나라.
요즘의「종속이론」학자들은 여기에 중간국군을 따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NICS」(신흥공업국)가 그 예다.
엊그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 국내학자들과 토론회를 가진 「종속이론」 학자 「사미르·아민」교수 (이집트출신·세네갈 다카르대)는 주변국이「중심국」(산업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조건을 다섯가지로 제시하고 있었다. ①노동력의 자력 충족 ⓩ국내시장의 완전한 지배 ③자원의 자주적개발 ④국내 자본시장의 지배 ⑤자주적인 기술능력.
이런 조건에따라 「1인당 투자종속도」,「1인당 부채종속도」등이 문제가 된다.
「아민」교수는 한국·대만등 아시아의 NlCS는 중남미 제국과는 달리 중심국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의 NICS쪽을 평가하는 얘기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향할 바가 무엇인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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