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어울려 동심 꽃피운다"|색동어머니회서 지난8일 「어린이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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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부하라」는 말만 되풀이하지 않고 「신나게 노래하며 즐기라」고 권할줄도 아는 어머니는 얼마나 될까. 지난 8일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에서 벌어진 「어린이들을 위한 색동어머니들의 잔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즐길 기회가 얼마나 아쉬운지를 새삼 실감케 했다. 어머니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어머니들의 노래극을 구경하러 온 어린이들이 줄을 잇는 바람에 두차례 공연예정을 세차례로 늘렸는데도 결국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발길을 돌렸을 정도.
『소중한 우리 어린이들이「공부타령」에 찌들어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밝고 고운 동요들을 부르면서 「어린이 세계」로 되돌아 갈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색동어머니회 박윤자회장은 이런 어린이 잔치가 곳곳에서 보다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럿이 한데 어울려 마음을 활짝 펼 기회가 많아질수록 요즘 어린이들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이기심이나 경쟁심에서 벗어나 서로 도울줄 아는 원만한 성격도 배우게되리라는 것.
이날 무궁화꽃을 머리에 꽂은 색동어머니회원들이 「푸르다」 「에델바이스」 「종소리」 등을 시작하자 유치원어린이들도 금방 노랫말과 가락을 익혀서 열심히 따라 불렀다. 어린이들은 노래극 「금도끼」에 나오는 청개구리들이 신기한 듯 무대 앞으로 바짝 다가가 청개구리로 분장한 어머니들을 만져보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어머니들의 멜로디언과 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원로동요작가 윤극영씨와 함께「방울꽃」「흰구름」등 동요를 부르고 나서 과자와 음료수를 나눠먹으며 어린이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하상희양(서울 원촌국교2)은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끝내고 나면 별로 신나는 일없이 집에서만 지내게되는 다른 토요일보다 훨씬 재미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색동회가 해마다 주최하는 어머니 동화구연대화 입상자들이 모여 색동어머니회를 발족시킨 것은 지난 78년. 현재 3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의 어머니 59명이 매주 토요일 오후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과 서울·인천의 공문수학회관에서 동화를 구연하는 외에도 각 국민학교와 고아원 등을 방문하며 「동심심기」를 하고있다.
이번 잔치를 위해 지난1개월 동안 노래와 반주를 연습하고 신문지·헝겊 따위의 폐품을 이용해서 무대장치를 만드는 등 몹시 바빴다는 색동어머니회원들은 밀양·이리·부산 등지에서도 빠짐없이 참가할 정도의 열성파들.
『세차례의 공연에 걸쳐 약1천2백명이나 참가했는데도 많은 어린이들이 그냥 돌아가게 돼서 미안할 뿐』 이라는 박회장은 앞으로도 보다 많은 어린이들과 함께 잔치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에서는 13일 하오2시 색동어머니회의 이번 공연내용에다 노래만 일부 바꾸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잔치도 마련할 계획이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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