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락산업」, 단속만으론 못 막는다|문병호 사회부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른바 「향락산업」에 대한논란이 크게 일었던 것이 지난해 이맘때쯤이었다.
마치 망국의 병원균이라도 찾아낸 듯 법석을 떤 끝에 정부가 그 규제대책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었다.
그로부터 1년.
마땅히 고개를 수그리고 잠잠해졌어야할 이들 향락영업이 언제 그런 단속·규제가 있었더냐싶게 오히려 더 흥청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규제를 들고 나섰는데도 효과가 없었다면 둘 중의 하나다.
규제를 말로만 하고 실제에선 하지 않았거나 규제의 강도가 향락산업의 성장력(?)을 누르기엔 너무 약한 것이었거나. 이번의 경우 일단은 전자로 나타나고 있다.
법을 고쳐야 하는등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이라 하겠지만 행정의 기민성, 나아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그 틈에 주택가에 대중음식점으로 허가받아 사실상 유흥음식점 영업을 하는 등 「변태」만 늘어나는 부작용도 빚게 됐다.
그러나 막상 이들 규제방안이 제대로 집행됐다하더라도 기대한바 성과를 거두었을지는 의문이다.
말로라도 단속·규제가 강화된 지난1년새 「향락의 메카」라 할수 있는 서울 강남구에.술집·식당등 식품접객업소만4천2백여곳이 5천4백89곳으로 1천2백80여곳 늘였다(대한요식업중앙회의 집계).
이같은 통계는 「소비」로, 「향락」으로 쓸리는 막기 어려운 돈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 「돈의 왜곡된 흐름」은 바로 향락산업이 문제가 되고 지탄을 받는 핵심이기도하다.
한정된 가용자원을 확대재생산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순간의 쾌락을 위한 소비에 써버림으로써 성장의 잠재력을 소진시키는 악순환.
이 악순환을 끊는 길은 이윤을 좇아 움직이는 돈의 생리를 살려 생산적인 사업이 보다 이윤이 남는 장사가 되도록 하는 것뿐이다. 향락산업자체에 대한 외형적인 규제·단속만으로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돈의 흐름을 바꾸는 근본적 대책을 정부가 세우는것과 함께 이들 과소비가 가능한 사회상류층의 자제와 각성이 진실로 아쉬운 시점이다.
4백억 달러가 훨씬 넘는 외채의 부담이 심각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내돈 내가 쓴다』며 「나는 바담풍」을 계속한다면 난국의 극복은 공염불일수 밖에 없다.
열쇠를 쥔 정부부터 과소비적·향락적 겉치레행사등을 과감히 없애고 절제와 검약을 수범해야 할것이고 정책의 일관성·실효성을 확보하는데 최선의 자세를 보여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