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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비서 떼고 당 위원장…김정은, 전례 없던 ‘최고 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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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선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무거운 중임을 맡겨준 인민의 신임과 기대를 받아안고, 설사 몸이 찢기고 쓰러진다고 해도 변함없이 인민을 받들어 혁명 앞에 충실할 것이다.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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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위원 5인 북한 노동당 7차 대회가 열린 당대회장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가운데)을 중심으로 상무위원들인 박봉주 내각 총리,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당비서(왼쪽부터)가 9일 주석단에 자리해 있다. [AP=뉴시스]

김정은이 36년 만에 열린 북한 노동당 대회 폐막사에서 한 말이다.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그는 이 말을 한 뒤 환히 웃으며 퇴장했다. 김영남·박봉주 등과 웃으며 힘차게 악수를 나눈 뒤였다. 퇴장하던 그는 기립박수를 하는 청중을 향해 잠시 멈춰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김일성 중앙위원장, 김정일 총비서
할아버지·아버지와 다른 당 직책
김정은 “기대 반드시 부응할 것”
당 비서국 없애고 정무국 신설도

김정은이 ‘제1비서’ 딱지를 떼고 노동당의 최고 직위로 신설된 당 위원장에 올랐다. 북한이 7차 당대회 개막부터 연일 김정은에 대해 언급한 ‘최고 수위’ 추대는 결국 당 위원장이었다.

‘당 위원장’은 우리 정부 당국이나 북한 전문가들에게 낯선 직책이다. 김일성 주석 시절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란 직책이 있었지만 ‘당 위원장’은 없었다. 통일부도 처음엔 “당 위원장이란 직책이 신설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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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위 추대를 공언하긴 했으나 사실 김정은이 들어갈 자리는 마땅치 않았다. 북한 권력관계를 규율하는 최고 규범인 노동당 규약이 이미 ‘김일성=영원한 수령, 김정일=영원한 총비서’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시대를 새로 열면서 그에 걸맞은 직책이 필요했던 김정은은 ‘당 위원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었다. 노동당의 공식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를 이번 당대회를 통해 신설하려고 한 셈이다. 북한 노동당 조직 내엔 중앙위원회·중앙군사위원회·중앙검사위원회 등이 이미 구성돼 있다. ‘당 위원장’이라는 직책은 오히려 서열 관계에서 초월적 지위를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 ‘중앙’ 등의 수사가 붙지 않아 모든 위원회를 관할할 수 있는 포괄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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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직함인 만큼 혼선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2012년에도 일각에선 북한이 내각의 부상이나 부위원장 가운데 서열이 가장 앞선 인사를 제1부상 또는 제1부위원장으로 임명해 혼란이 있었던 적이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상위 직책이라는 해석도 한때 나왔다.

북한은 당 위원장을 신설하면서 당 비서국을 폐지했다. 대신 당 중앙위 정무국을 신설했다. 북한은 정무국이 당 위원장을 받드는 조직이라면서 최용해·김기남·최태복·이수용·김평해·오수용·곽범기·김영철·이광범(이름은 서열 순) 등 부위원장 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고수석·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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